제 6-4 장 나 : 불독의 얼굴에도, 그런 종류의 해학이 있다
도심 쪽으로 들어가는 방향의 수도고속도로는 정체의 예감을 품고 있었다.
다름아닌 출근시간이기 때문이다.
나 같은 외국인이 아니고서는 이 구간을 택시를 타고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차량들이 잰 걸음을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부터 뻥하고 뚫리지 않고 내내 이렇다면 걷는 쪽이 빠를 것이다.
다만 ‘내내’ 이렇지는 않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내리지 않는다.
어제 밤과는 딴판이었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갑자기 택시의 자동문이 철컥 열리고 누군가와의 합승이 시작되었다.
일본에서는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
이 정도의 부자연스러움 정도는 간밤의 사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동승자에게서는 중년 남자 특유의 지방 타는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그는 나를 힐끗힐끗 쳐다 보다가, 나의 사납지 않은 인상을 본 후
택시기사와 대화를 시작했다.
내가 일본어를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이 사람의 말투는 고급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얼핏얼핏 귀에 들어오는 단어로는 ‘신주쿠 경시청’ ‘젊은 여경’ ‘경부 압박 질식사’
등 심각한 것들이었다.
더 신경 쓰이는 단어는 자꾸 등장하는 호텔 이름.
내 목적지인 호텔 이름. 사고는 거기서 일어난 것 같았다.
용기를 내어 대화에 끼어들어 보았다.
“혹시 그 호텔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어이쿠, 일본말 하시네. 신주쿠 경찰청 교통과 여자 순경이 지난 밤에 교살을 당했다나.
이름은 마유미였나..뭐 그런 이름이요. 나도 밥벌이가 그런 걸 파헤치는 것과 관련이 있어 가는 중이요”
라고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봤을 때 적잖이 놀랐다.
깜짝 놀랄 만큼 못생긴 얼굴이었다. 불독이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얼굴.
옥수수 수염 같은 머리카락은 완전한 대머리를 간신히 면하게 주고 있는 정도로
남아 있었다.
만약 조선 시대 어느 고을 입구에 서 있기라도 한다면, 마을의 액운을 막아 주는 장승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용모였다.
그렇다는 건, 단순히 추하기만 한 얼굴이라는 뜻은 아니다.
추함과 해학이 동시에 붙어 있는, 일종의 기능적인 얼굴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무사도와 사무라이의 시대를 거치며,
조아리는 태도가 아니면 언제라도 목이 날아갔을 것처럼,
이 사람 역시 해학적인 요소를 얼굴에 넣지 않으면 단 한 사람도 자신을 상대해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일찍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표정은, 타고난 얼굴에 덧씌운 연습의 결과에 가깝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불독과 퍼그의 얼굴에도, 그런 종류의 해학이 있다.
황급히 얼굴을 돌려 다시 대화에서 빠져 나와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러다 문득 롤업되어 있는 내 바지 끝단 벌어진 틈새에 뭔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주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하얗고 조그만 천 조각.
그 호텔방에서 묻어온 것이 분명했다.
일단 그것을 지갑 속에 넣었다.
어디선가부터 도로는 뻥 하고 뚫려 차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