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장 나 : 마치 개연성을 신경 쓰는 소설처럼
시나가와 호텔 이스트 타워 정문 앞에는
엠뷸런스 한 대와 경찰차 두 대가 경광등만 켠 채 서 있다가,
잠시 후 아무 설명도 남기지 않은 채 싸이렌을 울리며 빠져나갔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의 내외국인들이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몇몇은 알고 가야 할 것 같다는 표정으로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늘 밤 이 호텔로 다시 돌아올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딱히 사건의 전말을 알려 줄 사람은 없어 보였다.
다만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사건이 일어난 객실 번호.
1103호.
어제 저녁 내가 잠시 여장을 풀었던 방번호였다.
‘참 이상하다.’
내가 이 이야기와 관련된 위치에 서 있는 것 같다는 감각이 들었다.
무관하다고 넘기기엔,
사건은 지나치게 내가 지나온 동선 위에 놓여 있었다.
일본 출장은 늘 그랬다.
국내의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정도의 거리감.
불운이나 불길함을 대비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마치 개연성을 신경 쓰는 소설처럼
질서 정연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지나가는 행인 2’쯤은 아니라는 암시처럼.
내가 근래에, 천년쯤 봉인돼 있던 뭔가를 들쑤셔 버렸나.
실수로든 의도적이든.
오래된 쓰레기 통이라도 뒤진 적이 있었나.
오랫동안 공을 들여 생각한 건 아니지만
내 루틴에 그런 여지는 없었다,
나는 기억과 사고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생의 어느 지점에서 한 번 가속하여 익혀 두고 평생을 그 지식으로 연명하는 부류는 아니다.
회사에서 내가 하는 업무가 그 증거다.
경영의 전면에는 서 있지 않지만, 새로운 첨단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늘 가속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역할.
그 정도의 가속을 일상적으로 견뎌내고 있다면
스스로를 준수하다고 불러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요즘 힘들었던 건 일이 아니었다.
강박적으로 세팅해 둔 루틴이 아무 의미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계속 반복된다는 사실이었다.
그 공허함은 공기 주머니처럼 내 안에 머물다 어느 순간 단단한 번데기를 틀고
서서히 크기를 키워 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다른 장기들이 묘하게 거북해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특히.
아무튼 결론은 의외로 단순한 지점에 도달했다.
이 일은 나로부터 시작된 게 아니다.
나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누군가가 뭔가를 들쑤셔 놓은 것이다.
나는 인간 관계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사람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표면적으로라도 오해가 풀리면 다시는 그들을 찾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좁은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 가는 나다.
엄마일까.
생각이 이정도를 진행했을 때 누군가 내 팔을 툭 건드렸다.
같은 택시를 탔던 남자였다.
앉아 있을 때는 몰랐는데 누가 다리를 싹둑 잘라 놓은 것 같은
작은 키의 소유자가 나를 올려다 보며 말을 걸고 있다.
마치 처음 대면했을 때부터 할 말이 있었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