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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한 Mar 06. 2023

일상 : 돌이킬 수 없는 걸음

윗집 발망치 소리에 천장을 맞받아 두드리다 문득 다 귀찮아져서 털썩 주저앉았다.


정돈되지 못하는 날들.

언제 어디서라도 이 정도 고통쯤은 덤으로 하나 더 달고 살아라는 뉘앙스를 짙고 줄기차게  풍기는 삶.


새털같이 많은 행복하지 않은 날들을 살면서, 행복하지 않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 골수에 박히도록

알게 되어,  몇 안 되는 행복한 날들은 분명히 가려낼 수 있다.

숱 많은 스무 살 여자의 머리카락에서 간혹 보이는 새치를 뽑아낼 수 있듯이.





다시 올려다본 천장 벽지의 무늬가 고대의 생물처럼 움직이는 것 같다.

불길한 징조를 먼저 알고 키득거리는 노쇠한 마법사의 얼굴도 거기서 비친다.


나는 내 눈에 들어온 그것으로  뭔가 마음에 켕기는 오래전 일들을 떠 올릴 수 있었다.




  

처마 밑 둥지에서 새끼를 키우던 산제비를 쫓아 버리지 말았어야 했다.


얼굴에 입은 화상 때문에 스스로도 힘들었을 앞자리 재희를 단 한 번이었지만 때리지 말았어야 했다.


너무나 외로웠을 옆자리 고아 경숙이를 놀렸던 그 하루는 없어야 했다.


세를 살던 영덕이 집에서 오백 원을 훔쳐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 정도는 지금 겪고 있는 죽음의 고통에 값할 정도의 죄악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아닌가?


만약 아니라면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다. 오래전 그들이 현재의 내가 이렇게 하는 것에 의미를 준다면 

말이지만.





작은 재능들을 발견했을 때 눈 질끈 감아 모른 척했다면 이토록 괴로운 경쟁심과  좌절이 없을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부름을 무시한 체, 하고 있던 하찮은 일들을 계속하고 말았던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더라면 이 고독이 좀 덜할까.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대신 다른 일에 몰두한다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두서없는 사색이지만

이 모든 것들을 되돌리기엔 아주 늦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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