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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인 Feb 12. 2020

브라보 마이 라이프 05

벌써!! 20년. 달고 쌉쓰름한 자영업 분투기 06

그 길로 오만데를 뒤져서 생각해낸 것이 꼬치 프랜차이즈 같은 영세 비즈니스다.     

가게 얻을 보증금까지  합해서 총자본이 2000 남았다는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꼬치집 본사는 먼저 말을 꺼낸다.

인테리어도 필요 없구요.

가게는 알아서 얻으시면 되고

이왕이면 초등학교 앞에 전면은 작아도 꼭 있으면 좋고 

지하나 2층은 안됩니다. 식음료로 기존 장사하던 자리를 얻으면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다른 거 하던 자리라면 식음료 되는지 꼭 확인하고 계약하시고요.

집기 총액은 500 잡으시면 되고

가맹비도 없습니다. 

나중에 재료값만 잘 주시면 되고

따로 지원 나가거나 오픈 행사도 없습니다.  

    

전 같으면 뭐도 없다 뭐도 없다는 말이 서운했는데

이제는 뭐 쫌 해주는 것들이 다 돈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부터

안 해준다는 말이 더 반갑다. 

다 안 해줘도 되니까 싸게만 하면 된다.      


그렇게 사장님들은 마지막 자본과 너덜너덜해진 멘탈로 마지막 영업에 뛰어든다.

월천. 대박의 꿈은 사라진 지 오래구요 그저 두부부 인건비 정도만 꼬박꼬박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맞습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솔솔 히 잘 팔립니다. 

두 분만 열심히 하시면 어디 직장 다니는 것보다 좀 나으실 거예요.

이제야 헛된 꿈과 매출액과 순수익을 교묘히 혼동케 하는 희한한 계산법이 사라지고 

피차 솔직하고 편안한 대화가 이어진다.     


그렇게 시작한 사장들이랑은 허물없이 친해요.

장사들 더 잘되게 해줘야 하는데

이것도 본전 싸움이라 재료값은 자꾸 오르는데 판매가를 못 올리니 요새는 죽을 맛입니다. 

나도 비용이라도 아껴보려 직접 고기상으로 양념상으로 뛰어다니고 

점주들도 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뛰고.

마진이 피차 너무 작아요.... 꼬치 2000원 넘으면 누가 서서 먹는 가게서 사 먹겠어요. 

어차피 애들 코 묻은 돈이라. 2500원 되고 타격이 많습니다. 

월세도 자꾸 올라가고.     

마케팅 수업 후에 이어진 맥주 모임에서도 프랜차이즈 업계의 웃픈 이야기는 

모두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렇게 쉽지 않은 길을 오늘도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뛰어드는 것은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본을 노리는 영업맨들의 전략 때문이다.     

본사들이나 브로커들은 솔직히 김 사장님 이사장님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에는 관심이 없다. 

이 사람이 장사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따위는 묻지도 않는다.

이 사람 망하면 다음 후보생들이 널려있다.     


나는 결혼 전에 이랜드라는 의류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회사가 바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가 1세대를 이끌었다고 해도 맞는 말일 텐데

그 회사의 영업 방식도 다르지 않았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랜드라고 기억하세요? 01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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