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인 Feb 12. 2020

브라보 마이 라이프 04

벌써 20년 !! 달고 쌉쓰름한 자영업분투기 05

의심과 한숨과 고민,

 다시 한번 불끈의 반복으로 다시 수개월을 보낸다.


어느 달은 동네 초등학교에서 단체 주문이 밀려와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내기도 한다.

그래 이대로만 된다면.... 희망을 품어본다.

하지만 1년으로 따지면 그런 행운이 몇 번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겨우겨우 그달 그달을 넘긴다.

단체 주문도 행사 주문도 없는 길고 긴 방학 두어 달 씩 두어 번 더 지나간다.


봄과 가을 두 번 벌어서 나머지 달의 적자를 메우는 상황이 반복이 된다.  

직장생활보다 세배는 고달프고 두배는 쪼들린다.

이후 비슷한 맛과 컨셉의 새로운 매장이 

바로 길 건너에 두배도 넘는 규모로 들어온다고 소문 난지 며칠 만에  그 집 간판이 올라가던 날. 김 사장님은 다시 한번  포기의 마음을 굳힌다.

이대로는 월세랑 인건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버틸수록 손해다.    

       

그렇게... 두어 번의 프랜차이즈 흥망성쇠를 경험한 어깨 축 처진 사장들이 쭈뼛쭈뼛.

이번에는 마누라 안 데리고

혼자 찾아오는 본사가 바로 그 꼬치구이집 사장님네라도 했다.

한때는 자가용 몰고 부인과 정장 입고 멋지게 인테리어 된 ‘상담실’에서

가맹점 신청서를 작성하고 여직원한테 차도 대접받고 하하하 이제 돈 벌일 만 남았습니다.

열심히 합시다.

혈색 좋게 웃으며 도장을 찍던 

사장님들이었다.      


이제는 지하철 타고 물어물어 본사를 찾아온다.

서울시내 차 막혀서 차 안 끌고 온다고 둘러대지만  솔직히 아주 솔직히는 한 달에 

4-50 나가던 기름값도 버거워져서 

어지간한 곳은 지하철로 다닌 지 오래다.

꼬치집 창업을 준비하는 중년 사장들은 대부분 비슷한 속사정인 것을

본사 사장은 예전에 눈치채고 있었다.  


피차 솔직해지면 대화가 편해진다.

각종 전단지와 홍보자료가 쌓인 사무실 겸 사장실 한켠에서 사장이 직접 내주는 종이컵 현미녹차 한잔을 앞에 두고 

소박한 얼굴로 마주 앉는다.      

자금이 넉넉할 때는 내가 들인 인테리어 비용이 일억천이었던가 삼천이었던가..

마치 그 정도는 푼돈이라는 듯 

늘었던가 줄었던가 끝자리로써 

기억도 못하던 1-2천의 자본이 

지금 김 사장이 갖고 있는 자본의 전부다.

자본이 억대일 때는 천 단위도 신경이 안 쓰였는데 이제는 백원원 단위까지 확실하게 파악이 된다.


여차하면 차도 팔아야지.

그러면 몇백은 보탤 수 있을 거야.     

생각하면 억울하고 허망하다.

수억의 돈을 까먹는 게 이렇게 순식간이라니.

이대로 죽을 수도 없고 취직이라도 하려고 알아보려다

친구들의 만류로 나서보지도 못했다.     

58세의 친구가 경비 면접 갔다가 당한 수모 이야기를 듣느라 맥주 한잔으로 시작한 술자리가 진탕 소주 댓 병을 늘어나서 

피차 늙은 친구 등에 끌리듯 업혀서 집인지 집 앞 주차장인지 늘어졌던 것이 며칠 전이다.



전 같으면 악을 악을 쓰며 사네 못 사네 바가지를 긁었을 마누라가

다음날 아침 뜨끈한 술국을 끓여주며 혼자 뒤돌아서 눈물 찍는 것을 본 것 같다.

차라리 바가지를 긁는 것보다 더 슬퍼서 오랜만에 술국도 넘어가지를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브라보 마이 라이프 0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