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과 무통기한

by 오래된 도서관

냉장고에서 통에 담긴 만두를 꺼내 들고 묻는다.


“이거 먹어도 돼?”


다섯 발자국쯤 떨어져 있어도 보인다.

부분적으로 희게 뜬 만두피.

바삭하게 마른 표면.

입에 털어 넣으면 배가 ‘아야’ 할 것 같은 비주얼.


그리고

나는 저 만두의 히스토리를 안다.

지난 일요일 밤, 쪄 먹고 남은 두 개.

오늘은 목요일이다.


일요일의 만두 만찬을 함께 한 그는

그의 손에 들린 만두의 내역을 잊은 걸까?


우유팩과는 달리,

유통기한이 찍히지 않은 만두의 위협 앞에서

저렇게 무방비상태라니.


냉장고 앞에 선 위기의 남자에게

아주 중요한 해답을 건넨다.


“변비 있으면 먹어도 돼.”


만두 두 개가 든 통을 들고

전자레인지 앞으로 걸어간다.


'변비 있으면'이라는 정보는 과감히 버리고,

'먹어도 돼.'만 들었나보다.


이 와중에도

상한 만두를 먹을지언정,

차가운 만두는 입에도 안 대는 고고한 남자.


저것을 먹고 배탈이 한번 나면

변별력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이미 오래 전,

버렸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내 남자의 절대 불가능 영역은

이런 순간들이다.


눈이 나빠지면 안경을 쓰듯,

코가 나쁘면(?) 후각을 돕는 도구가 있으면 좋으련만



부부애보다 인류애에 무게를 두고

그의 손에 든 통에서

만두 두개를 집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옮긴다.


믿기 힘들겠지만,

난 저 남자가 똑똑한 점이 맘에 들어 결혼했다.

이렇게 오감이 필요한 순간을 제외하면

많은 순간들에

여전히 똑똑하다.


조용히 쓰레기통으로 옮겨진 만두는

그 자체로 그에게 충분한 답이 된다.


미련 없이 손에 든 빈 통을 설거지통에 넣고

과자봉지를 집어 든다.

명확한 안전과, 보장된 대기업의 맛을 선택하다니.

역시 똑똑한 플랜B다.



"과자는 유통기한 안 보고 막 먹어?"



과자를 뜯는 손이 잠시 멈칫한다.

하지만 곧 과자 봉지 뜯는 소리가 난다.


"오늘 사 온거야."


말소리 반, 오독오독 과자 씹는 소리 반이 섞인 대답이 돌아온다.


냉장고 밖의 음식은 잘 상하지 않는다는 막연한 안심.

숫자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괜찮다는 태도.


그의 무통은

아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굳이 확인하지 않아서 생긴다.


유통기한은 숫자로 알려주지만

무통기한은

확인을 멈춘 순간부터 시작된다.


냉장고를 시간을 멈춰주는 신비한 기기처럼 사용하는 나의 태도는

그를 더 열심히 포장지에 찍힌 날짜를 확인하게 만든다.


나는 시간을 얼려두는 쪽이고,

감각 대신 숫자를 믿는 그는

흐르는 시간을 날짜로 확인한다.


그렇게 날짜를 확인하며 안심하고,

나는 색을 확인하며 판단한다.


그 차이는

부부간의 투닥거리 앞에서도

다르지 않다.


시뻘건 날들을 지나

시퍼런 며칠을 버티고 나면

물 위에 뜬 빨갛고 파랑색이 흐르는

마블링같은 색이 된다.

섞이지 않아도 조화로운,

그 색이 우리의 무통기한이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