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너무 많은 잔소리는 학생에게 도움되지 않으므로, 위에선 중요한 것들만 짧고 간단하게 지적하고 교육비행이 끝난 후에 지상으로 내려와 디브리핑에서 자세하게 얘기하곤 했다. 허나 1시간이 넘는 교육비행 동안 학생이 실수한 걸 다 기억하는 것도 꽤 벅찬 일, 잊지 말아야지 하며 아이패드에 이야기할 것을 이것저것 써 놓곤 했는데, 하필 오늘 터뷸런스가 심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글씨체가 지렁이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써가며 ‘내려가서 이거 이거 이야기하고, 이건 그림 그려주면서 설명해야겠다.’며 다짐했는데, 내려와 보니 이건 뭐 사람 글씨라기보단 암호에 가까웠다.
내가 쓴 암호를 해독하려 안간힘을 써봤지만, 터뷸런스의 힘을 얻어 꽤 정교하게 암호화된 글씨는 풀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중 가까스로 내가 해독한 건, ‘밖’이라는 글자와 ‘turn’ 그리고 ‘비람’. 마지막은 아마 바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글자의 조각들로 전체의 내용을 추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내 앞에서 잔소리를 들을 준비를 하며 눈을 껌뻑이는 학생이 보인다.
“오늘 비행 대체적으로 괜찮았고… 밖… 아 그래요. 밖을 많이 봐야 해요. 이건 시계비행이니까. 계기에 집중하면 안 돼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turn… turn… 할 땐… 아 그렇죠. Rudder도 같이 차야죠. Coordination을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그리고… 비람… 아니 바람… 바람이 뭐지… 아! 그래요. 측풍이 불편 crabbing을 해야 flight path를 지키죠.”
“알겠습니다.”
내가 해독한 암호 외엔 다른 단어는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이것저것 적은 건 많은데.
“그리고 나머지는…….”
“나머지는요?”
“나머지는… 좋았어요. 내일 다시 비행 잘해봅시다.”
“네 교관님. 내일 뵙겠습니다.”
다음에는 펜이라도 들고 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