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생각했던 것과 다를 때가 있다.
여행 전에는 빨간색인 줄로만 알았는데, 여행이 끝나니 차라리 회색이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색.
가볍지도 딱히 무겁지도 않은, 적당히 진지하지도 그렇다고 썩 유쾌해 보이지도 않은 색, 회색이다.
마음을 쉽게 내주었을 때 특히 그렇다. 설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질 땐 쓸쓸한 마음이 도무지 가시지 않는다. 그렇게 하나 둘 치이고 쌓이다 보면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버리고 싶을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그렇게 무너지면 여행은 끝이다. 그만큼 보는 것도, 담아가는 것도 적어진다. 돈이야 다시 벌면 그만이지만, 놓쳐버릴 시간은 다시 벌 방법이 없지 않은가.
괜찮다. 털어내면 그만이니까. 내가 쓰는 마음이 조금 넘쳤는지도 모른다.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