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여행 마지막 날이었다

by 망고 파일럿


여행 마지막 날이었다.

이른 아침 더르바르 광장을 둘러보고 나니 800루피 남짓 돈이 남았다. 공항까지 갈 차비였다. 그날은 택시가 파업을 했기에 공항까지 내가 타고 갈 수 있는 건 릭샤뿐이었다. 거리를 배회하며 빈 릭샤를 찾았고 가격을 물어봤다.

그 : 2,000루피만 내.

400루피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선심 쓰듯이 말하는 그가 미웠다. 내가 돌아서서 걷자 그가 나를 부른다.

그 : 알았어. 1,500.

나 : 나 돈 없어. 공항 가잖아. 여행 마지막 날이야.

그 : 얼마 있는데? 육백… 칠백? 유… 육백까진 돼.

그 말을 듣고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봤다. 딱 칠백 루피가 손에 잡혀있었다.

그 : 육백… 칠백에 가자!

더 이상 돈이 필요하지 않았고 더 돌아다닐 힘도 없었기에 그의 릭샤에 올라탔다. 처음 타봤는데 승차감은 꽤 괜찮았다. 보기보다 자리도 넓었고 뒤쪽으로 쏠려있는 의자는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줬다. 몸이 불편하진 않았는데 다만 마음이 좀 불편했다. 그는 내 팔뚝만 한 다리로 내 육중한 몸과 축 늘어진 배낭을 실은 채 자전거 바퀴를 굴리고 있었다.

조금 경사진 오르막 언덕이 나왔다. 이미 그의 엉덩이는 들썩거리고 있었고 입에서는 의도치 않은 옅은 신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미안한 마음에 차라리 내가 자전거를 끌고 싶었다. 그에게 말했다.

나 : 잠깐 세워줄래?

릭샤를 멈춘 그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브레이크를 잡고 나를 쳐다본다.

나 : 오르막에선 같이 밀고 가자.

그 : 괜찮아, 걱정 마!

말과 다르게 그의 몸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이미 그는 다행이라는 미소와 함께 자전거에서 내려오고 있었고 결국 간간히 나오는 오르막에선 둘이 같이 밀고 끌어 간신히 공항에 도착했다.

내려서 그를 보니 얼굴이 땀범벅이다.

나 : 미안해 고생했어.

나도 모르게 고맙단 말보다 미안하단 말이 먼저 나왔다. 결국 난 지갑에 기념으로 넣어둘 15루피를 뺀 나머지 모두를 꺼내서 그에게 주었다. 어차피 더 이상 쓰지 않는 돈이니, 그가 다음엔 나처럼 육중한 여행자를 만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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