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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파일럿 May 24. 2021

“기장님, 저 악몽 꿨습니다”


“기장님, 저 악몽 꿨습니다”


레이오버가 끝나고 전날 잘 쉬었냐는 기장님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었다.


꿈의 내용은 이랬다. 전기차 충전 자리에 일반 내연기관차가 주차 중이었는데 내가 전화를 해서 충전 때문에 그런데 혹시 차를 빼줄 수 있냐고 정중히 부탁하니 상대방이 나에게 다짜고짜 욕을 했다.


그리고 그 꿈에서 나는 ‘역시 충전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줄 알았어! 망할!’ 하며 내가 했던 걱정들이 맞아들어갔음에 대한 조금의 기쁨과 앞으로 고생할 날들의 대한 많은 좌절을 맛봤다.


내 꿈 내용을 들은 기장님께서 빵 터지시며


“나 전기차 1년 타면서 싸운 적 한 번도 없었어. 걱정 마”

“아 정말요? 실제로 그런 상황은 많이 없습니까?”

아니 있지. 싸우진 않았고 내가 일방적으로 쌍욕 한적은 .”

“아?”


도로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차량 중에 전기차는 1%도 안 되는 극히 일부일 뿐인데, 쪽수가 안 되는 우리가 힘이 없음은 야생의 섭리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광화문 D타워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미리 보자며 주차장에 내려간 적이 있다. 그 날 나는 마주치기 싫은 현실을 마주했다.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되어있는 내연기관 차량들, 그리고 충전 중이 아닌 전기차 차량들.


아직 전기차 인도도 받지 않았는데 그렇게 몰상식하게 주차되어있는 차량들을 보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심지어 그중 한 대는 가까이 가보니 대시보드에 반짝이며 빛나는 스티커가 다음과 같은 문구로 붙어있었다.


-변호사 협회-


‘아니 저런 ㅆ’

내 성격이 안 좋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안 좋은 성격인데 그동안 착한 척하고 살다가 드디어 분노에 차오르는 현실에 내면의 본캐가 튀어나왔을 수도 있겠다.


앞으로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닐 텐데,

아니,

오히려 이런 일이 일상다반사일 텐데 매번 내가 이렇게 분노해야 하나?


신차를 받으면 기분이 좋고 설레야하는데, 단차 문제, 충전 문제 등으로 내가 차를 받기도 전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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