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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파일럿 Sep 03. 2020

비행기의 그것

그리고 비행 유학의 시작

교관생활 때 많이 탔던 PA-28R


이 비행 기록은, 비행기 날개 아래 달린 엔진을 환풍기라고 생각한 시절 때부터 시작한다. 왜, 그 터널 지나다 보면 환기시키기 위해 두어 개씩 다닥다닥 붙어있는 환풍기들 있지 않은가.
 
얼추 비슷하게 생겼으니까 당연히 비행기의 그것도 환풍기라고 생각했었다. 그 정도 고도의 하늘에서 과연 환기시킬 것이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보이는 그대로 어디서 비슷한 것을 들고 와서 끼워 맞추는 시절이었다. 내 짧은 경험들로 보이는 것들 마음대로 해석하던 때, 모든 것이 낯설고 배워야 할 것으로 가득 찼던 때의 일이다.
 
조종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LA(Los Angeles)로 비행 유학을 떠났다. 열몇 시간의 비행 끝에 LA에 도착한 뒤, 숙소로 가서 짐을 풀고 밥을 먹으러 걸어 나왔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신호가 바뀌지 않는다. 그러한 사실을 내가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것도 모르고 10분 정도 횡단보도에 서있으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뜨거운 햇살 아래 바보같이 서있는 것도 싫은데 저 앞에 음식점마저 보이는데도 건널 수 없다니, 너무 가혹했다. 화가 나서 미국에 사는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모, 횡단보도가 안 바뀌는데 아무래도 고장 난 것 같아요. 그냥 건너도 될까요? 미국 경찰은 무섭다 들어서요.”
“망고야, 옆에 버튼 누르면 바뀔 거야.”

아하
 
그렇게 우여곡절 횡단보도를 건너고 처음 들어간 집은 Jack in the box라는 햄버거 집. 앉아서 먹기엔 피곤하기도 하고 분위기도 어색하고 뭔가 이방인 같은 느낌도 들어 그냥 포장해서 숙소에서 먹을 생각으로 주문을 했다.


내가 살던 동네의 횡단보도는 옆에 설치된 버튼을 눌러야 신호가 바뀌었다


메뉴는 베이컨이 들어간 무슨 햄버거였다. 주문을 마치고 이제 포장을 할지 여기서 먹을지 결정할 차례, 한국에서 포장할 때 주로 쓰는 테이크 아웃이라는 말에 익숙한 내가 종업원에게 들려오는

“For here? To go?”


라는 말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선가 들었던 다음의 개그 덕분이었다.
 
어떤 사람이 음식점에 갔는데 점원이,

“포 히얼? 투 고?”


라고 하자, 뒤에 있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야 X 됐다. 네 명만 남고 두 명은 가래.”
 
그렇게 나는 천천히, 정석이 아닌 어디선가 주워들은 경험들로 낯선 곳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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