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을 잡아채자 피는 쑥 뽑혀 나와
어설픈 그물이 되고 말았다.
물고기에게 낚여 입막음을 당한 꼴.
잠시 후 한 줌 피가 깨어난 곳은 바다 위 감옥,
바다는 바람과 공모해 파도를 일으켰고
선잠에 든 피를 향해 감옥의 외벽을 쳤다.
끝도 없는 주둥이들이 허옇게 부글거리며 합창을 해댔다.
세상에 섞이지 않은 피가 어디 있어?
세상에 섞이지 않은 피가 어디 있냐고!
마침내 피는 바다가 되었다.
흔적은 흔적 없이 녹아들었고 또,
바다를 피한 한 방울의 피들은 저마다 심해로 가라앉았다
폭풍우가 치는 날이면 방울 방울 파도 위로 떠오르곤 했다.
손목이 남아있어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