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보험 판매원

by 현진현

드래프트 021



그 순간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드디어 그렇게 기다렸던 순간이 왔네, 했어요. 제가 먼저 보험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니잖아요. 사장님이 먼저 도움을 요청하신 거잖아요. “물론이죠! 언제든 편하실 때 한번 보여주세요”라고 대답했는데, 제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어요.


민정미 씨는 그다음 주에 사장 부부와 만나 보험 내용을 검토했고, 회사에서 단체로 가입했던 기존 보험보다 더 좋은 조건의 상품을 제안할 수 있었다. 석 달 동안 쌓인 신뢰 덕분에 복잡한 설득 과정은 필요 없었다. 자연스럽게 계약이 성사되고, 고객 부부는 민정미 씨와의 계약을 ‘도움을 받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민정미 씨는 그 말이 또한, 감사했다. - “민정미 씨니까 믿고 맡겨요. 처음에는 그냥 김밥 사러 오는 손님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도움까지 받게 되네요.”

그날 밤 민정미 씨는 여러 생각에 잠겼다. 그간 왜 그리 거절당하기만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우선, 처음 만난 사람에게 갑자기 보험 이야기를 꺼내는 게 얼마나 무모하고 상대를 부담스럽게 하는 일인지 명확하게 깨달았다. 신뢰 관계가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마음을 열기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런 ‘신뢰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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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비평 당선 /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 취미-취향을 글쓰기로 이어주는 글쓰기 코치와 전기작가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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