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인생을 구해내는 순간

by 현진현

누군가의 인생을 구해내는 순간


민정미 씨는, 누군가의 인생을 통째로 구해내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그 순간들의 기억으로 자신의 순간들을 이겨냈을 것이 틀림없다. 내가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었다는 내러티브, 이보다 더 자존감을 주는 게 있을까? '인생을 구한다'는 명제는 무겁지만 활기차서, 보험업을 이어가고 견뎌낼 수 있었다.


개척영업을 하던 시절이었어요. 혜진 씨라는 분이었어요. 서른 초반의 싱글맘, …역 근처에서 작은 카페를 혼자 운영하고 계셨죠. 처음 가서는 카페 라테 한 잔을 주문했는데, 정성스럽게 라테 아트를 그려주시더라고요. 와, 정말 예쁘네요!라고 감탄하니까, ‘손님들이 기뻐하시는 걸 볼 때가 제일 좋아요’라고…


민정미 씨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혜진 씨의 카페에 들렀다. 샌드위치를 곁들이기도 했고, 한 번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브런치를 먹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깊어졌다. 혜진 씨는 이혼 후 혼자서 열한 살 아들을 키우며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매일이 전쟁과도 같다고 표현했다.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내고 카페 오픈하고, 저녁엔 아이 숙제 봐주고 카페 정리하고... 정말 쉴 틈이 없다고 했다. 그런 혜진 씨에게 “진짜 걱정”이 따로 있었다. “제가 혼자 애를 키우다 보니까 불안한 마음이 커서... 혹시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애가 혼자 남겨지겠죠? 이 아이는 누가 키우죠? 친정부모님도 연세가 많으시고, 시댁과는 연락을 끊은 상태라……”

몇 달 후, 혜진 씨는 조심스럽게 보험 상담을 요청했다. 민정미 씨는 혜진 씨의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그런 다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종합적인 설계를 했다. 건강보험은 물론이고, 소득 보장과 자녀 교육비까지 포함된 보장을 준비했다. 혜진 씨도 민정미 씨도 그때만 해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평범한 상담이라고 생각했다. 보험을 가입하면서 혜진 씨는 마음이 조금 놓였고, 민정미 씨는 아무 일 없을 거라며 혜진 씨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2년쯤 지난 후 어느 날 새벽, 혜진 씨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 “민정미 씨, 저... 병원에 있어요. 갑자기 쓰러져서…” 암이었고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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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비평 당선 /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 취미-취향을 글쓰기로 이어주는 글쓰기 코치와 전기작가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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