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우리 현대사의 비극은, 지금도 계속되는 그 죽음들은 역사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그 누구도 친일파들(부왜역적들/반민족세력들)의 득세가 끝날 거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그 반대도 장담할 수 없다. 이것이 역사의 무게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이 물길은 전라남도 담양 용추봉 용소에서 비롯하였답니다. 흐르고 흘러 122킬로미터... 광주, 나주, 영암, 곳곳을 지나며 그곳 사람 생활의 속속들로, 또 그네들 속 깊은 이야기로 스며들어 왔습니다. 이 강의 유연함과 남도사람의 올곧음은 지류가 모아지듯 한 물길이 되어 좁지만 기름진 들판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아, 그것뿐이겠습니까? 48km 뱃길에는 평야의 영화로운 물산들과 드넓은 바다로부터의 물자들을 실어 나르며 이 강의 이름이 되는 영산포를 번창케 하였습니다. 유달산 기슭 노을을 뒤로하고 황해로 접어드는 이 강을 마음에 담아본 적 있으십니까? 다도해 한바다 작은 섬이라도 되고 싶은 남도사람의 꿈이 반짝이는 물 위에 꿈틀거리는 것을 본 적 있으십니까? 이 강, 유심히 바라보면 거기 사는 사람을 닮았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영산강은 가장 남도다운 강이니까요. 영산강에 눈 내렸어요. 한번 다녀가세요. - 2012 보해 설 선물세트
진정성은 길다. 진정성은 짧은 글에 들어가지 않는다. 진정성은 물리적이다. 그리고 진정성은 대화다.
윤이상 : 첼로 협주곡
Sigfried Palm, 1976
산꼭대기에 첼로 한 대가 놓여있다. 그리고 저쪽 다른 산 꼭대기에 바이올린,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무리가 있다. 그들은 둘로 나뉜 길을 한참을 달리다 어느 순간에 만난다. (그 질주는 청각적으로 매우 아름답다.) 첼로는 관현악과 제법 긴 대화를 나누어 왔다. 대화의 한 올, 또 한 올이 힘겹다. 윤이상이든 고통을 받은 그 누구든 힘겹다. 마침표를 피 흘리듯 뚝뚝 찍어가며 그 둘은 문장으로 대화를 나눈다.
단어와 달리 문장의 본질은 거대하다. 문장의 무게는 한 변의 길이가 십 미터쯤 되는 무쇠로 만든 정육면체의 그것과도 근사치다. (왠지 무거운 문장 한 줄 써보고 싶은 용기가 생기지 않는가?) 광고 카피는 짧아야 한다지만 효용성은 역사는커녕 사람을 드러내지 못한다.
진실마저도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으므로 표현의 가능성은 열려있어야 한다. 윤이상의 첼로가 첼로로 들리는지 모르겠다. 거문고 같기도 하고 환멸의 맥박 같기도 하다. 첼로의 외침이 시작되자마자 그것을 외면해보라 외면해보라 외면해보라. 누구든 그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