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네에 사는
우리집은 아주 옛날 아파트. 평촌(벌말)에서 개발 초기에 지은 아파트. 그러다 보니 늦은 퇴근에는 주차할 공간이 없다. 특히 주말엔 단지를 몇 번을 돌다가... 돌다가... 그렇지만 좋은 것도 많다. 우리집은 4층인데 나무가 눈높이에서 넘실댄다고...
이 아파트를 선택한 건 아니지만 용인한 건 아이들 학교가 바로 근처여서다. 어제는 일요일, 퇴근을 하고 보니 정말 주차할 곳이 없는 거다. 예전에 살았던 같은 단지의 101동으로 가 봤어. 어라?! 한 자리가 비어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조금 늦은 출근을 했다. 둘째가 학교로 가고, 나도 차를 찾아 나섰지. 101동은 둘째의 학교 바로 앞에 있는 동이야. 차를 빼서 나오는데.... 둘째가 친구를 만나서 아파트를 나서고 있었다. 나는 차창을 내리고... ‘잘 갔다 와’ 하며 손을 흔들었다. 둘째도 답으로 손을 흔든다. 창을 닫으면서 들리는 대화… / “누구야?” / “아빠.” / “에이... 무슨...” - 나는 나이에 비해 너무 젊어 보인다.
니체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Our writing equipment takes part in the foriming of our thoughts.
우리의 글쓰기용 도구는 우리의 사고를 형성하는 데 한 몫하지.
집은 더하겠지. ‘거기’에서 사유하고 말하고 쓰고 읽는 거니까. 그러고 보면, 그래서 작가들이 쓰는 책의 머리말에 날짜 이름과 함께 원고를 마무리한 곳의 지명과 집이름 같은 것들이 들어있는 건 아닌가 싶다. 어쨌든 나는 이런 집에서 생각하고 밥을 먹고 나무를 쳐다보고 요리를 하고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한다. 그렇게 산다.
광고회사가 사는 동네.
어떤 동네에 있는 어떤 광고회사가 그 어떤 동네와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다. 한남동 이태원 효수터에 눌러지은 비바백화점 건물을 탈바꿈시킨 제일기획은 한남동스럽다. – 로컬스럽게 글로벌하다. 뱅뱅사거리의 이노션은 뱅뱅사거리스럽다. – 사람들이 지나쳐가는 것만 같다. 서울역 앞의 대홍기획은, 들어가 보면 서울역스럽다. – 올드한 내부를 유리창으로 덮어놓은 것 같다. 삼릉공원 주변길의 컴투게더는 작은 풍경 같은 회사였다. 반포의 엘베스트도, 마포의 HS애드도 그런 식으로….
그러니 광고인을 꿈꾸는 후배들은, 가고 싶은 광고 회사가 어떤 동네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겠다.
내 집 갖는 게 꿈인 세상에서 이 집은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꿈은 이곳을 떠나는 것이었다고 - 대한민국 첫 번째 집, 상해 임시정부.
어떤 집은 다른 꿈으로 살아갑니다. - KCC건설 스위첸
그때의 상해는 어떤 집을 내어주고 있었을까?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를 보면 청와대라는 집이나 청와대가 있는 동네가 그 집에서 사는 사람을 결정짓지는 못하는 거 같다. 거기에는 노무현 대통령도 사셨고,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도 사시지만 한때는 버러지들도 살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자, 장황함의 결론이다. 그 동네가 아니라 그 동네에 사는 사람에 따라 그 동네의 광고회사든 무역회사든 ‘스러워진다’. 사람이 어울리면서 영향을 주고받고 집이 그 사람답게 변화하고, 그 변화가 다시 거기에 사는 사람을 바꾸는 거겠지 뭐.
오늘도 아셈타워 저 아래, 오라클 노동자들이 틀어놓은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가 들려 올라온다. 사람은 집보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