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도,

걸어도

by 현진현
KakaoTalk_Photo_2018-11-18-17-17-46.jpeg Göteborg, 2015


워라밸.

이 말은 일과 라이프의 균형을 말하는 거. 며칠 전에 내가 그랬지. 개뿔 무슨 균형이냐. 라이프, 가족이 전부여야지. - 일 자체도 가끔은 재미나지만 그것도 라이프와 가족이 있기 때문이란다.

더스틴 호프만과 메릴 스트립이 이혼한 부부로 나왔던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 <크레이머 vs. 크레이머>에서 남자는 (내 기억에는) 광고회사의 아트디렉터였다. 아이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남자는 힘들게 힘들게 워킹(working)을 한다. 야단치는 상사는 레이아웃을 말하며 클라이언트의 리젝션을 부각한다. 빌어먹을! 삶은 늘 그런 것이었고 본래 ‘그런 것’이었다. 워라밸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오직,



만이 덩그러니 좋든 싫든 있었던 거야.



감독이 소설로 쓴 <걸어도 걸어도>도 읽지 않고, 이동진의 추천평도 잦아보지 않고(하긴 이동진의 추천평은 스쳐 지나가는 채널 속 아니면 접한 적이 없군), 곤티티의 사운드트랙도 듣지 않고 영화를 보았다.


걸어도 걸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2008


아베 히로시는 ‘역시’ 직업이 불안정하다. 사별한 여자와 결혼한 남자는 함께 살아간다. 남자는 지원한 회사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리며 형 준페이의 기일을 지낸다. 영화 곳곳, 준페이의 죽음을 기록하고 기억한다. 그 현실적인 시퀀스들은 역설적으로 ‘라이프 중심’을 외치는 건지도 모르겠다. - 그래서 매우 현실적인 억양의 가족드라마로 히로카즈의 역작을 읽어낸다. 거기에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거대 구성(아버지도 어머니도 죽는다.)을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 그 구성 안에, 고약한 진실 앞에 무력해진 키키 키린의 세계가 놓여있다.


우리는 현실로부터의 도피로 또 다른 현실을 끌어들인다. 다음과 같은 식으로.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살다 보면 라이프를 깨닫게 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될까? 라이프의 무엇을 깨닫느냐고? 그걸 알면 살건 살아지건, 삶은 재미가 없겠지. 그때가 마흔다섯의 가을이든, 여든다섯의 임종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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