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옷 같은 느낌

에세이(3)

by 현진현

[같은 옷 같은 느낌]

에세이(3)




[트라고]라는 이름의 트럭이 있다. 현대자동차가 야심 차게, 볼보나 벤츠 등 세계 유수의 대형트럭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 출시했다. 당시 나는 인하우스 에이전시의 카피라이터로써 [트라고]의 론칭 라디오 광고를 만들었다. 대략, 이런 카피였다.


현대에서 대형트럭이 새로 나왔다며? 어때? 좋더라고! 그래? 응 좋트라고! 현대 트라고!


뭐 이런 식이었다. 아재의 발생이 그때도 지탄받던 시기여서 내가 이런 카피를 썼다는 건 비밀이었다. 또 하나, 2000년이었나? 삼성자동차에서도 소형트럭이 나왔다. 브랜드네임은? [야무진]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런 이름들을 좋아했다. 성우의 억양도 좋아했다. 야무~~~ 진!

강자가 온다, 는 뜻의 [레간자]도 있었고 또 뭐가 있었지? 지금이야 영어이름 앞에 [THE]를 붙이는 게 유행인데 [대한민국 대표]라고 주장하는 그런 느낌이다. 물론 THE를 붙이는 건 본질적임을 강조하는 것 같기는 하다.

요컨대 독자적인 네이밍이 좋다.


경기도청에 잠시 근무할 때 옆자리 사무관의 고민을 듣게 되었다. 고등학생 아이가 자기 이름을 바꾸고 싶어 한다는 거였다. 나는 도와주기 위해 성명학에 대해 전문적으로 식견이 있는 선배에게 오랜만에 연락했다. 선배의 지론은 간단했다. 부르기 쉽고 당사자 본인이 좋아하는 이름이어야 한다는 거다. 오케이! 본인이 싫어하니 이름 후보 좀 만들어주소.

해서, 그 아이의 이름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나도 여러 번 불러보고 곱씹어보는데 이름이 참 좋았고 당사자가 마음에 들어 하니 부르는 사람들도 좋아했다.


동네 가까이 지내는 분들 자녀 이름을 들어보면 같은 이름이 상당히 많다. 이름을 생산?하는 업자들이 만든 이름이 분명한데 그들도 직업윤리 상 당해연도의 기운에 따라서 잘 만들려고 한 이름일 것이고, 그 이름 후보들 중 부모들 또한 트렌드에 맞게 고르다 보니 이름이 중복되었을 것이다.


내가 만든 브랜드네임 중에 기억에 남는 한 가지. [웍 & 톡]이 있다. 걷고 말하고... 아웃도어편집샵의 브랜드네임이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그 브랜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좀 아쉽지만 아웃도어편집샵은 고급화가 어려운 분야다. 브랜드 각개의 힘이 대단하고 대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이름을 보자면 같은 이름이 상당하다. 하지만 그 이름들은 부모들이 지은 이름이다. 평생을 불릴 이름이니 고심 끝에 어디에 맡겼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름에 대한 의미부여라고 생각한다. 내가 [야무진]을 아직까지 기억하는 것을 보면, 그 브랜드네임으로부터의 정체성이 프로덕트가 가진 성격과 명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야무진]은 그 이후, 고속도로에서 견인차가 되어 야무지게 활동한다. 물론, 야무지게 사라졌지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모든 것이 사라져도 잊히지는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