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15분, 아내는 매화를 보러 광양으로 갔다. 나는 따라가지 못해 못내 아쉽다. 대신 책상에 앉아 영업 대상 리스트를 정리했다. 애써서 겨우 겨우... 서른 명.
살아오면서 내가 애써서 부탁한 적이 그전에도 한 번 있었다. 내 기억으론 딱 한 번이다. 오직 한 번이다. - 내가 처음으로 책을 제대로 만들었다 싶어서 책을 팔았었지. 지금도 나는 그 책이 좋다.
큰아이는 새벽녘에 들어온 모양이다. 이 친구는 모레 해외여행을 간다. 용돈이라도 좀 넉넉하게 주고 싶지만 쉽지 않다. 둘째는 좀 있으면 깨어나서 학교를 갈 텐데 서울 북쪽 끝에 있는 학교다. 입학은 장학생으로 했지만 그 이후엔, 내가 좋아하는 '평범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달 말쯤에는 대구를 내려간다. 장모님의 첫 기일이다. 기일은 음력으로 잡는다. 한 해 동안 얼핏 말 그대로 거대한 슬픔의 흔적을 느꼈다. 그건 시간이 흐르기 때문인데..., 장모님을 수목장 지낸 그 수목에 걸린 팻말에는...
겨울에는 눈으로 (돌아) 오고, 봄엔 꽃으로 (돌아) 오신다고 했다. 오늘 장모님은 광양에 핀 매화로 오시려나보다.
나는 세 가지 일을 하는데 오늘 오후에는 책을 만드는 일과 관련한 미팅이 있다. - 작가를 만난다. 이 작가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제 통화를 했는데 텐션이 끝내준다. 본인이 하는 말이 텐션이 높으니 알아서 '줄여 들으세요' 한다. 나는 이 작가의 책을 만들 생각이 없다. 그 텐션을 높이 사, 그럼 만나서 들어나봅시다 했다. 오후가 따분하진 않을 텐데 그 시간쯤, 아내는 광양에서 돌아올 차비를 하고 있을 테다. 대략 8년 전에는 아내와 함께 광양에 갔었다.
광양에서 매화를 몰고 올라오면 우리 아파트 마당에도 매화가 '활짝' 피겠지. 인생이란, 시간에 발을 담그고 손도 담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