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밤을 달릴 땐 음악을 멈추세요]
어떤 날은 신랄한 하루를 마친다.
'비즈니스'라는 것이 하루를 꽉 채우고도
넘치는 날을 만들고야 만다.
퇴근길은 대략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
나를 반기는 것은 텅 빈 주차장
내 차 안의 시트.
이 '레자'도 차와 함께, 만으로 일곱 살.
지하로부터 지상으로 나와 헐렁한 도로를
야무지게 달려낸다.
여기에는 아무런 음악이 없으면 좋다.
밤공기 속 엔진의 숨소리가 들린다.
발끝으로 몰려드는 힘에 따라
녀석의 소리는 달라진다.
공기를 가르는 기계음,
내가 컨트롤하는 이 담백한 사운드.
굳이 비유하자면, 정말 굳이....
피아니스트 빌헬름 켐프의
59년 60년 61년 세 번의 베토벤 사이클 중에서
61년에 가깝다.
생기가 돌고 있는 크런치한 기계음이 말이다.
밤이라면 엔진은 음악만큼 풍부해진다.
그러니 카오디오쯤 꺼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