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
회의를 하다가도 느끼고,
누군가와 사적인 대화를 하면서도 느끼는데
'아, 당신은 이 사안에 대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구나.
그래도 괜찮은데 아... 당신은 지금에야 꾸며대며 말하는구나'
말은 늘어지고 주변은 점차 공허해진다.
차라리 카케무샤처럼, 머리로 꾸며대지 않고
몸에서 나오는 말을 뱉는 것이 좋겠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 중에서
개봉관에서 본 유일한 영화인 [카케무샤(影武者)]에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물론 재개봉이었고, 한글 자막으로 보았다.)
그들 무리는 사정이 있어 진짜 성주와 꼭 닮은
가짜 성주 카케무샤를 내세운다.
카케무샤는 그림자 무사, 가짜 무사를 말한다.
적들은 공격해오고 신하들은 카케무샤에게 묻는다.
(그가 가짜든 진짜든 대중 앞에서는 물어봐야만 하니까)
"전하, 적들이 공격해오고 있습니다.
어찌할까요? 먼저 공격할까요?"
그러자 카케무샤가 '황급히' 말한다.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
몸에 밴 습관처럼, 정언명법처럼 반사적으로 내뱉는다.
병법을 전혀 모르는 가짜 무사지만 그는 병법을 말한다.
황급했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었다.
황급했기 때문에 그의 몸이 가진 진실이 쏟아졌다.
결과적으로 그들 모두의 진실이 되었다.
카케무샤의 살아온 삶이 병법을 준비한 셈이 되었다.
나쁘게 보면, 요행이었다.
머리 쓰지 말고
요행을 바라지 말고
준비를 하세요,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