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업데이트!

카피 다시 쓰기 No. 28

by 현진현

애정 어린 대구가 생각난다.

나는 수학 전문 경일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중학생 대상이었다. 아주 가끔 한자 필순을 틀려서 야유를 받긴 했지만(가르치는 입장에서 좀 미안하다. 평소 필순이 그렇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당시엔 좋은 책을 제법 읽은 처지라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나마 그럭저럭 그런 선생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국어 선생이라고는 나 말고는 경북대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던 선생님 한 분이 다였다. 나머지는 아마도 전원(사모님을 제외한 모두)이 수학 선생님이었을 거다. 수학 선생님은 또 전원이 여자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장님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중에 미모에다 남자 친구까지 둔 여선생이 있었다. 나는 그 선생님이 '비'에 대해 얘기한 내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대략...


저는 비가 오면 차가 없인 움직이지 않아요.
우산을 들고 어딜 간단 말이에요?
비 내리는 거리를 어떻게 걸어간단 말이냐고요!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라고도 덧붙였던 것 같다.


후배 중에 우산 덕후가 있다. 그녀와 그녀는 분위기가 제대로 반대다. 사실 나도 후배와 조금 닮아있다. 다만... 후배는 우산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비를 좋아하고, 나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방식으로 비를 즐긴다.


세상에 이런 날이 어디 있냐고!
하늘에서 촉촉하게 땅을 적시다니...


수학 선생은, 비가 와도 출근은 했다. 하지만 나는 출근하지 않는다. 그리고 유라이어 힙의 '레인'을 오후 늦게 들을 것만 같다.


Now it's raining inside
It's kind of a shame
And it's getting to me
A happy man
Why should you want to
Waste all my time
The world is yours
But I am mine


노래의 화자는 비를 통해 각성한다. 우스개로 말하면 '비'라는 시스템으로 각성한다. 게임 캐릭터의 각성보다 한 차원 높지 않은가? 비는 내면에 내려 눈물이 되다니...


물론,

내 고향 시민들이 가진 문제도 있겠지만

눈과 귀를 가리는 수구언론이 문제다. 그 언론들로 말하자면

그 이단 종교보다 더 길고 집요한 세뇌를 해온 괴상한 집단의식에 다름 아니다. 대구 MBC가 어떤 시스템으로 각성해서 MBC의 본진급으로 떠올랐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대구 MBC를 봐서 알 테지만 (그중엔 쓰레기 정당으로 진출한 자가 있긴 했지만) 대구에는 스스로 각성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대구의 각성 업데이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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