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시 만나는 일은 없습니다

어떤 이별

by 현진현


"우산 돌려주러 왔어."

남자가 말했다. 그리고 우산을 펴서 여자에게 내밀었다.

"이렇게 펴서 돌려줘야 해요?"

여자는 우산을 받아 들지 않고 말했다.

"그건 아닌데... 구겨진 우산 좀 그렇잖아. 이렇게 펴서 씌워보면, 너만 보이기도 하고..."

남자는 말을 이었다.

"헛소리 그만할게. 요 근처 정든집 가서 정종이나 한 잔 할까? 어때?"

"흠... 또 잔뜩 취해서 집에 갈 차비 빌릴 생각은 말아요. 술 마시다 인생 다 써버릴 거야, 당신은."

그때, 마술처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후두두두, 우산에 비가 와 닿았다. 빗소리에 눌렸는지 둘은 조용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당신을 만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야." 여자는 늘 그랬듯 짧은 뜸을 들였다.

"더는 불필요해요, 난 더 이상 당신 편이 될 수 없어요." 여자는 다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은 당신 인생을 살라고. 상처는 시간이 간다고 사라지는 게 아냐. 쌓이고 쌓여서 고름이 터지고 다시 상처가 되고......"

"난 우산을 돌려주러 온 거야."

"우산 돌려주지 않아도 좋으니까 그만 가세요. 우리가 다시 만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또 만난다면, 정말 화를 낼 거야."

그가 가만히 멈춰 섰다. 비가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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