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 호수에 갔습니다. 함께 걸으며 내내 손을 잡았어요. 오솔길을 지나갈 땐 손이 아플까 봐서 가볍게 손가락만 잡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큰 호수를 돌아서 큰 호수에 연결된 얕고 자그마한 호수에 이르렀습니다. 그녀가 먼저 멈춰 서고 물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나도 곧 걸음을 멈추고 물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물속에 그녀가 보였습니다. 그녀는... 조금 넉넉한 크기의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습니다만 혹시 옷을 입지 않은 것은 아닌지 물속에서 실루엣이 자유롭게 일렁였습니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꼈고 나는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녀는 막 물 안의 시선을 거두고 정면을 응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 앞에는 작은 호수 너머 보이는 큰 호수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나는 발끝으로부터 온몸을 가로질러 솟구치는 투명한 전율을 느꼈는데 그 순간, 그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녀 쪽으로 나는 다가갔고 그녀는 두 손으로 검은색 치마를 가볍게 움켜쥐고 천천히 들어 올려 주었습니다. 검은색 치마가 그녀의 살갗에 닿은 마찰음이 작은 호수를 건너오는 바람에 실렸습니다. 이제부터 사뿐사뿐 걸을 테야,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죠. 나는 꿇어앉아 천천히 그녀의 허벅지에 얼굴과 입술을 가져다 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