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화석
반지를 산 건 금요일 오후였다. 그날은 국가지정 공휴일이었다. 해가 내리쬐는 유월의 아름다운 낮을 걸어서 나는 반지를 샀다. 푸른 기운이 넘실댔던 것 같다. 그래서 빛이 더 예뻤다. 우리는 토요일 오전에 만나서 자라섬이나 갈까 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녀에게 반지를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 참 예민한 세상이다. 그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여태 알 수가 없었고, 나는 그 이유를 세상이 예민한 탓으로 돌렸다. 모르겠다. 지금도 반지는 그때 그 차의 글로브 박스 안에 들어있을 것이다. - 미스터리란, 이런 것인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증발된 것처럼 사라진 그녀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그날 그랬던 것처럼 차의 뒷좌석에 그대로 반지를 두려고도 했었다. 화석으로 굳어서 먼지가 될 때까지. 어찌할 도리 없이 그녀의 손을 놓치는 꿈도 꾸었다. 뒤를 돌아봐 - 나는 눈길로 슬쩍 뒷좌석의 반지를 가리킨다. 그녀는 반지 상자를 발견하고 놀라워하며 기뻐한다. 우리는 그 길로 집으로 돌아가 (자라섬은 다음에 가기로 하고) 불을 끄고 서로를 끌어안고는 했겠지. 그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 기억의 미라에도 그 화석에도 말이다. 사라질까 말까 그 인간적이라는 주저흔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없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