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사진

마흔은 사과의 계절일까?

by 현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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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은 사과의 계절일까? 채훈은 생각했다. 듀안 마이클의 흑백 사진, 여자가 침대에 걸터앉아 정장을 입은 채 정장을 입은 걸터앉은 남자를 뒤에서 앉는 사진을 떠올렸다. 자신이 찍은 사진이 낯설어지기 시작한 것은 마흔이 될 무렵부터. / 이 사진이 나의 증거다. 그 오후 어떤 날 우리는 아직 좋은 관계였고 그녀가 나를 안고 있고 우리가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그런 일이 분명 있었으며 그녀가 분명 나를 사랑했었다. 너 자신을 위해 보라! / 채훈은 듀안 마이클의 사진을 검색해서 찾았다. 다행히 여자는 정장 차림이 아니었다. 그는 사진 아래의 철필을 한글 번역으로 소리 내 읽었다. 누구에게 인지 모를 사진과 사과를 남기고 싶어 지는 또 하나의 새벽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망각의 저층으로부터 어떤 새로운 삶이 부유하는 것도 느꼈다. - 테이블에 턱을 괴고 지긋이 여자를 바라봤다. 여자의 눈을 뚫어져라 보는 양 그의 눈은 빛이 났고 '뚫어져라 본다고 뚫어지지 않아요'라는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멘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했었다, 그랬다. /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여자의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형상만, 실루엣만 공기를 감돈다 - 채훈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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