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가 또 스마트폰을 망가트렸다. 떨어트렸다고 하는데 해주 어머니 -제 아내입니다- 말씀에 의하면, 자주자주 떨어트렸다고 한다. 그게 쌓여서 미디어아트가 되었다고. - 망가진 화면은 언뜻 보면 비구상 디지털 아트와도 같다.
해주에게 내 아이폰(7인가? 아마도)을 줘야겠다, 그러자면 내게도 다른 휴대폰이 필요하다 싶어 뒤적뒤적 찾아낸 아이폰4. 케이블을 찾아 전기를 먹이고... 짜잔 켜졌습니다만 눈물 나게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상황을 만들고야 마는 카피가 화면에 나타난다.
밀어서 잠금해제
때로는 밀어서도 잠금이 해제되지 않아서 전화를 못 받는 때도 가끔 있었지만 그래도 그 시절이 좋았던 거. 잠금을 힘들게 해제할 필요가 없던 시대 즉 비밀이 없던 시대라고 해버릴 수도 있겠다.
수많은 비밀번호들, 정확하게는 수많은 비밀 문자가 섞인 요즘의 비밀번호들을 도무지 기억할 수가 없다. 욕심에, 요구에 -심지어 컴퓨터가 요구하죠- 복잡하게 만들어버린 암호를 풀어낼 수가 없을 때가 많다. 암호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건 내가 만든 암호 아닌가, 하고 가볍게 절망하기도 한다. - 이 카피, 가만 보면 잡스가 던져놓고 간 희망이라는 선물 같기도 하다.
일상에서 '밀어서' 잠금해제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건 너무 간단하단 거다. 간혹 외신에서 FBI와 애플 사이의 실랑이가 전해진다. 용의자의 아이폰을 잠금 해제하려는 수사기관과 애플의 잠금해제 철학이 부딪히는 거다.
스스로 잠금해제
먼저 잠금해제를 하면 손해를 볼 것 같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먼저 잠금을 해제해 주기를, 우리는 기다린다. 누군가 당신을 밀어주거나 두드리면 열릴 거라고?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잠금해제를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열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