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다

by 현진현

내일 할까 생각했는데 뭐랄까... 오늘 하면 그녀가 많이 좋아할 것만 같아서. 풀지 않은 LED 전등 박스가 거슬리기도 했고.

요즘 대세인 LED 전등을 거실에다 달았다. 쿠팡에서 배달한 박스를 뜯으니까 대형 스팸처럼 생긴 전등갓 세 개와 전구들이 들어가 있는 램프 박스가 나왔다. 대략 살펴본 다음, 떡 하니 붙어서 떨어져 나오기 싫어하는 기존의 전등을 떼어냈다. 꽤나 무거웠지만 떼어내기는 쉬웠다. - 그게 또 아쉬웠던 걸까. 스팸 전등의 브래킷을 천정에다 고정하려고 했는데...

내가 사는 아파트는 80년대에 지은 한양아파트. 이 아파트의 특징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다만... 천정이 보드가 아니라 돌덩어리라는 점을 새삼 확인했다. 20여 년간의 여기저기 아파트 생활 중 한양아파트만 14년 이상 살았는데 잊어버릴 만한 때면, 아 여기는 한양 아파트 너무 튼튼해서 한양 아파트라는 각성이 온다.

기존 전등의 브래킷도 겨우겨우 네 개의 함마드릴 구멍으로 고정했던 것이 보였다. 새 브래킷과 전혀 맞지 않는 나사 구멍 네 개는 마치 전압도 맞지 않고 헤르츠도 맞지 않는 독일산 턴테이블 같았다.

양해를 구할 틈도 없이 광에서 함마드릴을 찾아내어 부릉 부르릉부르르르릉 대략 1분 정도 동네를 시끄럽게 했다. 처음 10초 정도 드릴을 작동시키고 구멍을 확인하고 있는데 바로 벨이 울렸다. 아랫집이었다. 언제까지 하실 건가요? 아, 예. 죄송합니다. 나사가 네 개인데 지금 구멍 하나 뚫었어요.

이로부터 2시간 30분이 흘러 대형 스팸 세 조각이 천정에 붙었다.


밝다


라고 느끼는 순간, 맛깔스럽다 그녀의 미소가.


밝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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