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는 마음이다

by 현진현

"아저씨도 이리 오셔서 한 잔 드세요."

우리는 오부리가 터져 나올 때마다 감탄했다. 아저씨는 값비싼 미국산 기타 '깁슨(Gibson)'이 아닌 중국산 에피폰(Epiphone) 기타로 블루스를 쳤다. 아저씨와 프레이즈 사이에서 불꽃이 일었다. 청각이 시각화되는가 싶더니 환각화 된다.

'오부리'라는 뭔가 치사한 어감은 '오블리가토(obbligato)'로부터 유래했을 것이다. 마이크를 잡고 한 소설 부르면 기타맨은 오부리를 붙인다. 거기에 누군가 팁을 얹어주기도 한다. 연주가 거듭 될수록 기타맨은 차차 고독에 빠진다. 모두가 거나해진 마지막 곡쯤 되면 기타맨은 혼자 또 다른 세상에 가 있다.


중학교 다닐 때쯤인가, 황미나의 만화 <메이저에서 마이너까지>를 읽었다. 비슷한 것을 찾아 더 읽었다. 역시 황미나의 <레이크를 위하여> 같은. 그렇게 음악 만화를 섭렵했는데 그중 황당무계한 스토리가 있었다. 그랬지만 좀 아름다운 이야기. 허영만 선생이 그린 <고독한 기타맨>에 나오는 주인공 이강토의 인생이었다.

어슴푸레 기억나는 만화의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 결국 이강토는 나락으로 떨어져 밤무대도 아닌 룸살롱의 기타맨, 오부리가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한국의 룸살롱에 EMI의 수석 프로듀서쯤 되는 이가 한국의 흥행업자로부터 접대를 받으러 나타난다. 술에 취한 한국의 흥행업자는 밴드를 부른다. 이강토가 룸에 들어온다. 신들린 듯한 강토의 오부리에 EMI는 여러 곡을 감상용으로 요청한다. <보헤미안 랩소디>도 나오고 별의별 명곡들이 다 나온다. 강토는 명곡들을 나름의 '삘'로 재해석해 특별한 연주를 들려준다. 강토의 실력을 간파한 EMI는 그를 픽업해 월드와이드로 데뷔시킨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가 된 이강토, 하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월드 투어 도중 감전으로 생을 마감한다.

어릴 때부터 기타를 치면서 어른이 된 '로이 부캐넌(Roy Buchanan)'은, '기타는 마음이다'라는 뻔한 문장을 남겼다. 그의 연주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을 들어보면 정말 메시아가 다시 올 것만 같고 'Hot Cha'를 들어보면 활기가 살아서 넘실댄다. 'Sweet Dreams'를 들으면 달콤한 꿈을 꾸는 것만 같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명 기타맨' 로이 부캐넌은 유치장에서 셔츠로 목을 매달았다. 그는 알코올에 중독된 상태였고 그런 이유로 기타와 떨어져 있었다. 그가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늘 기타를 끼고 있었다면, 그래서 연주를 이어나갔다면 그는 더 오랜 시간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모든 연주자는 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룸살롱의 밴드 아저씨도,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이강토도, 로이 부캐넌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취객도 2절쯤에 가서는 자신의 마음을 노래한다.


"우울하면 악기를 가져봐."

우리가 알고 있는 정신과적으로 상담 치료는, 마음을 드러내 말을 하는 것이 시작이고 끝이다. 어떤 금요일 업무가 마무리될 무렵 주차타워에서 차를 꺼내고는 역삼동의 기타 가게로 갔다. 가면서 어떤 기타가 좋을까 생각했고 가게에 가서는 노란색 텔레캐스터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 기타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알고 있던 코드들을 짚고 마구 쳐댔다. 돌발적으로 이뤄진 행동이었는데 그로부터 매일처럼 나는 기타를 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블루스를 칠수록 우울한 기분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마이크도, 기타도, 내 앞에 앉아있는 당신도, 어쩌면 내겐 말하는 도구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동요를 부르면 마음이 가지런해지는 어린 날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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