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를 가졌지만 나는 당신을 가질 수 없어요

by 현진현

덜 익은 정신의 내가 사회에 막 나온 후배들이나 친구들에게 무심코 내뱉거나 들려주고 하던 이야기.

"아무도 믿지 마. 너 자신만 믿어야 해."


나는 기본적으로 존 레넌(John Lennon)의 예술성이 그의 개별적인 불완전함으로부터 나왔다고 생각한다. 존 레넌 그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비틀스 이후의 그의 음악들은 생전에 큰 보편성을 획득하지는 못했다. 사실 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나 평가의 절반 이상은 그의 두 번째 아내인 '오노 요코(Ono Yoko)로부터 기인한다. 존 레넌은 자기 집착이 강했고 그런 까닭에 가까운 이들-예를 들면 신시아 레논-에게 폭력적이기도 했다. 그런 부정적인 면들은 오노 요코를 만나 증폭된다. 불륜을 저지른다든가-오노 요코, 메이 팡 등등-언행이 일치되지 않은 데다 인격을 비하하면서 평화운동을 한다든가 조지와 폴과 갈라선다든가 비틀스에 대한 오명을 생산한다든가...

요코 이후의 첫 음반(솔로서의 첫 음반)에서 그는 '신과 자신'에 대한 카피를 쓴다.

맨 끝의 카피를 향해 치달아 가는 점층의 구조로 구성된 바디 카피가 인상적인데 처음의 패러그래프는 랩 같은 위로이고, 점차 샤우팅을 해서는 멋진 카피로 마무리한다. 헤드카피는? God!

전반부를 옮겨본다.


God is a concept / By which we measure /Our pain / I'll say it again / God is a concept / By which we measure / Our pain

I don't believe in magic / I don't believe in I-Ching / I don't believe in Bible / I don't believe in tarot / I don't believe in Hitler / I don't believe in Jesus /I don't believe in Kennedy /I don't believe in Buddha / I don't believe in mantra / I don't believe in Gita / I don't believe in yoga / I don't believe in kings / I don't believe in Elvis / I don't believe in Zimmerman / I don't believe in Beatles


라고 외친 다음, 이렇게 읊조린다.

"I just believe in me. Yoko…"


'Zimmerman'은 밥 딜런(Bob Dylan)의 본명이다. 존경하거나 최소 친애하는 친구인 셈이다. 보다시피 밥 딜런을 부정한 다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비틀스를 부정한다. 노랫말의 가장 감동적인 대목은 시작의 전제와 인용문에서의 맨 끝 두 줄이다.-노래 전체는 'The dream is over'라는 선언으로 끝난다.

존 레넌은 여기서 '신'을 콘셉트라고 전제한다. 혹은 '콘셉트는 신'이다. 그런 다음, 결국 신은 '자기 자신'일 뿐이라고 커뮤니케이션한다.

와중의 바디 카피들은 멋지다. 신에 대해 우리의 고통을 가늠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한다거나, 신 혹은 신적으로 추앙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사람들의 정신을 등장시킨다.

'오직 자신을 믿고-굳이 하나 더 믿어야 한다면-요코'라는 대목-'오노 요코'를 보편적인 '아내'라는 개념으로 보자면-은 굉장히 설득적이다. 이 선동적인 노랫말에 생동감마저 더해준다.

사실 이 노랫말이 와 닿는 것은 신을 대상으로 했다거나 결국 자신을 믿으라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위로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어떤 인생'과도 같기 때문이다. 태어나 살아가면서 고통이 있을 때 우리는 신을 찾는다. 자라면서 음악도 듣고 친구도 좋아하고 이념도 지녀보고 종교도 가진다. 그렇게 성장하지만 결국 믿음의 종착역은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

존 레넌은 요코에게 헌정한 그의 최초 솔로 앨범인 Plastic-Ono-Band(플라스틱 오노 밴드)'에는 이 'God'말고도 유명한 첫 트랙인 'Mother'가 있다.

"Mother! You had me. But I never had you."

그가 '외친' 마더는 -저 유명한 구절을 부를 당시, 존 레넌은 소리를 지르는 치료법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것이 레코딩에도 반영되었다. -그를 키운 이모가 아니라 생모를 말한다. 레논의 모친은 겨우 그에게 돌아오지만 40대에 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노랫말의 역설은 그런 배경으로부터 성립한다.


인생 전체가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존 레넌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떠나지 않는 내 곁의 오노 요코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뜻밖에도, 노랫말 속 등장하는 오노 요코 외의 인물들이나 개념들 사물들 그리고 신(God)은 그의 부모만큼이나 존 레넌 그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대상이다. 내가 보기엔 오노 요코를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을 존 레넌은,

"믿고 싶다.'

존 레넌의 심오한 뜻을 내가 모르긴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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