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라도 좋을 곳

카피 다시 쓰기, 20211001

by 현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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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에 궁금한 게 많으시죠? 카피의 길이나 편집이 마땅치 않아 보이기도 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15초나 30초 길이의 매체에 맞도록 제작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래요. 대신에 말입니다, 가끔 압축적이면서 깊이 있거나 시와도 비슷한 호흡의 카피라든가 짧은 시간을 잘 활용해 짧아서 외려 더 인상 깊은 편집을 읽고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요즘은 디스플레이가 좋아져서 역설적으로 제작의 영역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암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거나 자막의 크기를 줄인다거나 해도 문제없죠. 잘 보이니까요. 기술력이 좋아지니까 영상은 점점 좋아질 겁니다. 디테일이 좋아지는 방식으로 좋아지죠. 그래서 '광고'의 영역이 그 영역을 껴안은 채로 '영상미'의 영역으로 쑥 들어갑니다.

그래가지구서 물건이 얼마나 더 잘 팔리냐고 물으신다면? 음... 사람들이 보기 좋아하는 것을 통해서 팔려고 하는 물건을 선뵌다, 이렇게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행에 목마른 사람들이 있다는데요. 제 생각에는 여행 갈 사람 모두 갔다고 보입니다. 혼자서 소리 없이 다닙니다. 여행 가고 싶다, 외는 사람들은 아마도 왁자지껄 두루두루 모여 다니기 좋아하던 분들 아닌가 싶고요. - 큰 의미에서 스포티지의 저 캠페인은 의미가 있다고 보여요.



지금껏 우리에게

이토록 세상이 궁금했던 적이 있을까?

(이제, 움직일 준비 하시죠)

다시, 궁금한 그곳으로

(We will move)

The all-new Sportage

(사전 계약 중)

KIA

Movement that ispires



카피를 설명하거나 확인할 때 저는, '호흡'이란 표현을 여러 번 쓰게 되는데요. 카피 한 글자 한 글자와 한 단어 한 단어, 그리고 하나의 문구와 하나의 문구, 하나의 문장과 하나의 문장 같은 층위들의 사이에 숨결이 들어와 숨을 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0초 안에서 저 올뉴스포티지의 카피는 호흡이 특히 좋습니다.

시와도 흡사한 호흡으로 느껴집니다. 시란, 말에 대한 아이디어(기발한 생각)로 탄생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저 카피에서 아이디어란 없습니다. 그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중입니다. 숨을 쉬면서 말이죠. 저 카피가 구체적이고 개인적이지는 못하지만 공감이 잘 되는 것은, 발화자이든 타깃 청자이든 우리들 대부분 같은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만 카피를 읽어주는 부분과 읽어주지 않는 부분을 서로 맞바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요(역시 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을 믿으니까요.), 그 외엔 썩 마음에 듭니다.

재미로, 개인적으로 써 볼까요?



서서히

움직여도 좋을 시간이 다가오네요

어디라도 좋을 곳,

그곳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그래도 그런 곳을 향해 움직이는 것만큼은

못하겠지요

그곳이 어딘지 알 것만 같아요

당신에게 좋은 곳이 누구에게나 좋을 필요는 없으니까

움직일 준비를 해봐요

The all-new Sportage



다시 쓴 카피는 30초에 담기는 힘들겠고, 원작의 카피가 많이 더 좋군요. 다만 '궁금한 그곳'의 의도는 제가 슬쩍 눈치를 챈 것 같은데 막 공감이 잘 되지는 않아서 고쳐 보았습니다. 그만큼 제 마음은 움직이고 싶은 것이죠.

'올뉴스포티지'의 저 카피는 가능성을 세일즈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움직이고 움직이지 않고는 별개의 문제이고요, 지금까지는 움직이기가 여의치 않은 현실이니까요. 자유롭게 누구든 나다닐 수 있을 땐 몰랐던 것들, 이제 알게 되었죠. 그리고 다시 잊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말입니다. 누려봅시다. 가능성의 순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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