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다시 쓰기, 20211011
정한아의 소설을 읽다 가만히, 아내를 떠올렸습니다. 아내의 삶을 떠올렸지요. 단편 '술과 바닐라'에 나오는 화자는 내 아내의 삶과는 무관한 캐릭터 같기도 합니다. 국어 시간에 배운 바라면, 유형적 인물로서는 전혀이고 전형적 인물이라면 묶일 듯도 합니다.
아내는 대학에서 영어와 영문학을 가르쳤습니다. 석사 학위를 받자마자 강의를 맡아서 시간강사가 되었고 밤늦도록 박사 학위를 위해서 공부에 열중했습니다. 강의를 하면서 학위 논문을 쓰려는 중에 저와 결혼을 했습니다. 며칠 전 그 기념일이었네요. 저는 한때 아내의 수업을 듣는 제자이기도 했지만 결혼 당시에는 서울 한남동의 한 광고회사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6호선도 없던 시절, 무작정 상경해서 화곡동의 기숙사에서 한남동까지 다녔었습니다. 주말 부부를 한두 달 했을까요? 방학을 맞아서 아내도 상경했죠. 우리는 평촌의 열세 평 낡은 아파트를 월세를 포함해 얻었습니다. 다음 학기에 아내는 학교를 관뒀습니다. 그리고 평촌 주변의 대학에 강의를 구해봤지만 새벽녘의 강의 정도만 있었습니다. 아내는 광명에 있는 영어유치원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길지 못했습니다. 한두 해 후 첫애를 가진 아내에게 저는 일을 관두는 것이 어떻겠냐고 여러 번 권유했습니다. 그 후로 아내는 번역 작업을 몇 번 시도해보다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일'은 다시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아내는 언젠가부터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곧 일어원서를 읽게 되었습니다. 국어든 일어든, 집안일을 하는 시간 외엔 항상 책을 읽습니다. - 이런 아내의 삶이, 그 역사가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아내의 삶이 그렇게 지나가는 동안, 저는 꼴값을 떠느라... '새로운 광고'라든가 '새로운 형식의 문학'을 구상하느라 바빴지요. 심지어 영화판에도 기웃거렸으니까, 어느 정도는 가족의 일원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종종 물어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모집공고를 보고 그냥 지원해서 공무원이 되신 건가요?" - 아마도 두 번의 도청 공무원 응시 합격이 조금은 놀라운가 봅니다. 공정하게 뽑는지도 궁금들하시도요. - 그저 그날 모집공고를 봤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인생에서 더는 꼴값 떨면서 살아가지 않으니까요. 제가 꼴값을 떨지 않으면 그 시간에 아내를 도울 수 있답니다. 아내가 원하는 것들... 책을 정리하고 처분해서 가족 모두의 시야를 트고 늘어지는 책장을 바로 잡는 등의... 어쨌든 아내가 바라는 일들... - 오늘은 무척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남깁니다.
함께라는 마법
Coca-Cola
Real Magic
엄밀할 필요도 없이, 코크의 리얼매직 캠페인은 더더욱 제 아내의 이야기와 연관이 없습니다. 코크의 캠페인에서 '함께 즐긴다'는 덕목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이고요, '리얼 매직'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거거든요. 번안되었음직한 '함께'라는 커피가 아마도 아내에 대한 제 기억과 캠페인을 연관시킨 것 같습니다. - 어제도 그랬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 외출하면 아내는 눈빛부터 반짝이고 목소리는 한 톤이 아니라 한 옥타브는 올라갑니다. 언제부터 '함께'가 그리 마법과도 같은 덕목이었나요! 그런 아내의 모습이 너무도 좋았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설탕 덩어리가 주도했든 복잡한 쇼핑 아울렛이 이끌었든, 함께 했을 때의 모습... 그 모습 속에 있는 아내의 모습이 한없이 좋습니다. - '아내라는 마법'은 제 삶의 모든 문제의 순간을 해결해주었습니다. 이제 남편인 제가 마법을 부려야겠습니다. (자, 다시 쓴 카피에 맞는 상황은 상상을 해봅시다.)
여보, 콜라 한잔 할까?
Coca-Cola
Real Mag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