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다시 쓰기, 20211015
엄마가 해주신 밥에 미원이 들어있다고 해요. 그럼 이 밥이 엄마가 해주신 밥이 아닌 건가요?
Episode 1
미원 밀푀유나베
하... 맛이 뭔가 애매해. 뭘 빠트렸지?
그러니까 내가 있잖아~ 자
뭐 해?
맛있겠다!
응 내ㄱ
네가 다 준비한 거야?
아니 내ㄱ
네 생일인데 내가 다 했지
내가...
내가!!!
난 이만 들어가 볼게
내 서사에서조차 나는...
감칠맛 내는 조연
미원
카피만 봐도 대략 아시겠지요? 조미, 맛을 돕는 역할이니까 조연이라고 한 것입니다. '철저한 조연'을 서사로 풀어서 결국은 '주연'이 되어버렸네요. (웃음)
이 캠페인에 주목한 건 우리 인생도 조연이고 동시에 주연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때때로 조연 때때로 주연이라기보다는, 태어나서부터 늘 주연이라는 자존감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세상 세계에서 조연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죠. 이 캠페인이 제게 주는 덕목은 이것이었습니다. - 우리는 늘 전체이자 부분인 것입니다. 아, 정말 인생을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유명한 기업주 한 사람이 그런 얘기를 했죠. 비교적 저렴한 위스키에 미원을 아주 살짝 섞어 넣으면 30년 산 위스키가 된다고. 그래서 아마도 처음으로, 미원을 사보았습니다. 10년 산으로 알고 있는 '스카치블루'에 몇 알갱이 넣어봤는데요, 스무 살을 더 먹은 건지 아닌지 판명을 못했습니다. 왜냐면 30년 산의 맛을 본 게 몇 번 안되기 때문이었죠. 하여간 결과적으로 이 자생적 바이럴은 성공적인 마케팅이 되었습니다. MSG 성분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뉴스도 좋은 바이럴이 되었고요.
젊은 세대들은 미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리하기를 즐기는 제 아들은 미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 '조미하는 조미료'이고요. 자긴 재료와 재료스러운 조미료(치킨스톡 같은)를 사용해서 미원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안다, 그런 조미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필요가 없었다... 정도였어요. (그리고 함께 미원을 탄 위스키를 맛보았죠.)
저는 미원의 이야기가 '역할론'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다만 그 역할을 세부적으로 해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존감도 부려보았으면 합니다. 미원은 조연, 그러니까 들어가도 그만 안 들어가도 그만이죠. 하지만 들어갔을 때 맛의 차이는 크니까요. 무려 감칠맛의 유무이니까요. 매번 말씀드리지만 원안의 카피는 훌륭합니다.(좋은 카피만 골랐거든요.^^) 원안이 의인화를 통한 영상의 바이럴화라면 제 카피는 카피라기보다 콘셉트 보드를 닮았고 포지셔닝에 가깝습니다.
Episode 1
미원 밀푀유나베
응? 나를 뺀 거냐?
무려 밀푀유나베에?
자, 나 들어간다~ (풍덩)
...네가 다 준비한 거야?
네 생일인데 내가 다 했지
(OV) 나는 조연입니다.
재료가 아니라 재료의 맛을 끌어올려요. (으랏차차)
세상에 조연 없이 되는 게 있나요?
맛깔스러운 조연, 미원.
써 놓고 보니 별로입니다. 요사이는 재미가 우선이니까. - 조연 같은, 다시 쓴 카피로군요. 그건 그렇고, 저는 앞으로 빛깔 좋은 오렌지 주스를 차갑게 해주는, 그래서 빛깔도 천천히 바꿔주는 얼음조각 중 하나처럼 살아가렵니다. 물론 하드보일드 주연도 겸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