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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안 좋습니다

카피를 사랑합니다

by 현진현

우리 회사에는 사장님 계시고, 대표님 따로 계셔요. 회사업무는 거의 대표가 하시고, 사장님은 경영지원부서에서 주로 회계만 하시는 거 같아요. 그래서 내 자리에서 사장님이 통화라도 하시면 잘 들려요. 어젠가 그젠가 사장님께서 통화를 하시는데... "기분이 많이 안 좋습니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표현에서도 느껴지지만 악다구니를 부리거나 소리를 지르시는 게 아니었어요. 낮아서 진정성 있는 톤으로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마치 칼을 뽑지 않고 상대를 베는 사무라이처럼. - 단칼에 베는 사무라이보다 더 우아한 겁니다.


카피의 레토릭에는, 단순 수사뿐만 아니라 '억양'이 들어갑니다. 문장으로 보면 콘텍스트 같은 거예요. '사랑해요'라고 함성을 지르고 사과를 단톡방에서 하는 어린이들이 있는 반면.

'진성성'을 가진 억양들이 있습니다. 긴 말 좋아하지 않지만 카피는 길어야 할 땐 길어야 하죠. 짧아서 좋은 것들 중에 하나가 카피지만 말입니다.


목소리를 낮춰요. 진심 어린 말, 좋은 카피는 소리 지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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