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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등을 쓸어주다

카피를 사랑합니다

by 현진현

'기본형' 문장을 카피로 쓰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어제 '장'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회사 동료 옆에 앉아서 술을 마셨습니다. 정말이지 등이 흐느낀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동료의 등을 쓸어주게 되었습니다. - 우리는 '섭리' 같은 것에 사전식의 기본형 문장을 쓰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술과... - 재능이 올라오는 올드보이(어쩌면 역설적이지만)를 위로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다시, 나도 모르게 그의 등을 쓸어주게 되었습니다. 그가 앉은 건너 대각에 그의 자리를 대신할 어린 꼰대도 앉아있었는데 '왜 밉질 않지?'. - 우린 거의 같은 사람들. 세상의 시간을 수십 년이나 공유한 사람들. 그 여자의 등도 가만히, 나의 등도 가만히 쓸어주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다음 주에 그와 함께 현장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카피라이터 한 분까지 해서 셋이 가면 어떨까 생각했지요. 그렇게 우리는 또 세상의 시간을 더 깊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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