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를 사랑합니다
때로는 책의 제목으로 시대를 가늠한다. 책의 제목은 그 당대에 부합해서 그런지 지금까지 기억나는 책의 제목은 딱히 없다.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기억을 넘어 잘 알고 있는 '책의 제목들의 책'이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신곡', '폭풍의 언덕' 같은 고전들은 시대와 시대를 꿰어 지금에 와서도 우리를 경이롭게 만든다.
반어의 수사법으로 만든 책의 제목들도 있다. - 어떤 썸네일에 이런 반어법을 구사했다.
고졸의 학력을 가진 남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다
광고로 만들어진 카피는 순화되어서 '흑인은 미국의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다'가 되었다.
최근에, 파스칼 키냐르(Pascal Quignard)의 책을 좋아해서 '음악의 기원'에 가까운 '음악혐오'라는 책을 읽고 있다. 물론 반어적이다. - 진정 혐오하기 위해서는 사랑해야만 한다. 부정은 항상 부정이 아니다. 내가 누군가를 부정한다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것처럼.
'밤을 기다려 공포를 노래한다'라는 반어 혹은 역설을 키냐르는 서술한다. 음악은 자연의 섭리이다. 음악을 혐오하는 것은 세상 전체에 대한 모종의 애정이다.
나는 네가 싫다. 네가 싫다. - 내가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의 생 자체가 반어이다. - 태어났다는 건 곧, 죽어간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