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출구

by 현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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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찬기운이 돌아서 창을 보니 숨구멍처럼 창을 아주 조금 열어놓았다. 내가 열고도 잊어버렸다니.

오늘 밖은 찬바람이 분다. 살다 보면, 그 어떤 술도 말고


천삼사백 원 하는 그 소주.


소주가 마시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그날이나 그 전날에 무슨 괴로운 사건이 있어서는 아니고... 피아노 건반 마냥 흰 날도 까만 날도 있어서 이리 밀리고 저리 치이는 날들이 쌓이고 쌓이면 맑은 소주로 씻어내려는지


소주가 그리워진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성에 지배를 받아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쓴 맛이 있고 독해서 취하는' 자신의 술이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생의 출구전략이라고 한다면 참 어이가 없지만 이것 또한 진실의 하나일 것이다.


아내의 친구가 하는 떡볶이 식당에서 사 온 밀키트 로제떡볶이가 다 익어가는 모양이다. 곧 아르바이트를 마친 딸아이가 귀가하면 셋이 오붓하게 소주 한 잔 해야지. 아들 녀석은 단독파니까 아마도 식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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