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코바코 공익광고협의회

by 현진현
집에서 왜 까치발로 걸어요?
아랫집에 아기 재우는 초보 아빠가 있으니까요.
사진 거는 걸 왜 내일까지 미루세요?
시험 앞둔 수험생이 있으니까요.
오디션이 코앞인데 왜 기타는 안치세요?
내일 면접인 아랫집 청년이 자고 있으니까요.
아래층을 먼저 생각하는 층간 내리사랑 -
이웃 간의 새로운 사랑법입니다.
코바코 공익광고협의회





대한항공 조현민 일가의 사태로 시끄럽다. 누가 봐도 가정교육의 문제가 크다. 결정적으로 그들에겐 이웃이 없었다.이웃이 있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도 문제다. // 나는 1983년쯤부터 '광명아파트'라는 곳에 살았다.열 평은 넘었고 열세 평이나 열다섯 평 정도였던 것 같다. 다섯 식구였는데 좁은 방 세 개로도 잘 지냈다. 광명아파트에선 월요일마다가장들이 출근하고 나면 여자들이 계단 물청소를 했다. 먼저 5층에서 물을 쏟아부으면 4층에서도 물을 보탰다. 어머니는 금요일 정도부터 버릴 물을 모아놓으셨다. 3층이긴 하지만 물의 양에 부담을 느끼셨던 것 같다. 맨 아래층 아주머니는 물을 투여하지 않아서인지 비질을 정말 열심히 했다. 그렇게 시원하게 함께 물 빗자루질을 하고 나면 이리저리 모여서 달디단 커피를 나눠마시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웃과 잘 지내지 못하면 괴로웠다. 윗집으로부터 욕실 천정에서 물이 떨어진다든지 하면 이웃 간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고 잘 해결되어야 했다. 아랫집으로부터 왜 뛰어다니냐고 항의를 받으면 과하게 숨죽여야 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특히 형과 나는 늘 아래층 생각을 하며 움직였다. 서울우유를 배달하던 2층의 아주머니는 가끔 새벽 배달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3층인 우리 집 현관문 앞에 병우유를 두 병 놓아두기도 했다. 내가 잃어버린 자전거를 건너 건너 라인의 경찰집 아들이 타고 다니는 것을 발견했을 때도 비슷했다. 우리 라인의 이웃들이 그 경찰과 그 경찰이 살던 그 건너 건너 라인을 비난했다. 그러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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