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단절은 없어요

박카스

by 현진현
태어나서 가장 많이 참고 배우며 해내고 있는데,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
나를 아끼자, 박카스








아주 옛날에, 박카스 만드는 회장의 운전기사들과 한남동 골목에서 같이 담배를 피워 물었다. 방문했던 외주업체의 앞집이 회장의 집 중 하나였다. 우리 회장은 박카스로 돈 벌 생각이 없대요. 걍 둬도 잘 팔리잖아요? 하하하, 했었다. 후일 비타 500이 나타나 박카스도 마음을 다잡게 되는 상황을 전개되자 그 운전기사와 회장의 안일한 발언이 떠오르곤 했다. 멋지고 아름다운 캠페인의 말미에 이렇게 건들다 만 사회적 이슈가 등장한다. 이걸 경력단절 편이라고 해야 할지 경력관리 편이라고 해야 할지... 다들 좋아하는 박카스 TVC라지만 피상적 시의성의 숙명을 가진 이 시리즈들은 경쾌한 딱따구리 소리 같이 읽힌다. 참고로, '엄마라는 경력'은 좋은 스펙으로 쳐 준다. 본인이 먼저 엄마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 // 나는 경력 좋은 아빠다. 제일기획, 이노션, 엘베스트, 컴투게더,... 크고 좋은 회사를 여러 곳 다녔다. 그렇지만 학력이 좋은 아빠는 아니다. 지방대를 나와서 야간대학원을 잠깐 다녔다. 그즈음부터는 책 따위 사지도 읽지도 않았다. 경력에 비추어 學歷이라면 거기서 끝이다. 그다음, 학원에서 중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다. 국어를 가르치고 받은 돈으로 음반을 샀다. 대학을 다닐 적에도 공부를 했다기보다는 음... '정서적으로는' 거의 음악만 들었다. 음악 속에도 재밌는 게 많이 들어있다. 바로크의 대위법부터 희귀 레코드 컬렉팅까지. '어떤 시간이든, 누구든 가치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 욕을 하려나? 참으로 욕 먹 법한 얘기 하나 덧붙인다. 엄마가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경력관리 따위보다 억만 배 가치 있는 일이다. 만 3세까지 정도는 엄마가 아이를 키우고 다시 경력을 쌓아나가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도 좋겠고. // 광고를 광고로 보라구? 그럴 필요 없다. 광고는 이제 TV 뉴스의 15초, 20초, 30초, 40초, 60초, 200초짜리 한 코너로 자리했다. 광고를 그렇게 대하는 것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꼭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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