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쿠린 프랑스 커플이라고 소제목을 적어놓고, 아 그때 그 사람들이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뭘까? 생각해본다. 지나쳐가면서 아마 프랑스어를 썼겠지?
교토 교외의 아라시야마에는 치쿠린이라는 대나무 숲이 있다. 관광객으로 항상 붐빈다. 여느 일본의 유명관광지들이 그렇듯 서양인들이 많다. 프랑스는 특히 일본문화를 좋아해서 프랑스 젊은 사람들이 배낭여행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아 여행이란. 평소에는 만나 볼 수 없을 낯선 사람들과 말도 안 되는 영어로 이야기하고 갑작스레 헤어지는 게 아니겠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전달하지 못한 채. 치쿠린 프랑스인 커플과 나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실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어쩌다보니 관광지의 코스 상 나는 그들을 좇아다니는 형국이 되었다.
DSLR을 든 남자는 동영상 찍기에 열중했다. 허리를 숙이고 패닝 샷을 찍질 않나. 뭔가 대단한 작가라도 되는 양 앞으로 걸어가면서 동영상만을 찍어댔다. 내가 느낀 문제는 옆의 보라색 머리의 커플의 여자 쪽은 거의 내팽개쳐둔 점이다. 여자는 지쳐 있는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고정장치 없이 찍어봤자 집에 가면 흔들린 영상 밖에 안 나올 거요. 옆에 있는 여자친구를 찍는 건 어떨까 하고 프랑스어로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반성하게 되었다. 저 남자의 모습이 꼭 옛날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여러 명과 여행을 다닐 때 옆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예술가라도 되는 양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던 내가 자꾸 생각이 났다. 한국에 돌아가면 풍경에 열중하지 말고 사람을 찍어야지. 이 글을 쓰는 시점 이후로 반년이 지났다. 이들은 지금도 커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