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깎는 걸 좋아하는 남자가 있을까. 적어도 내 주위에는 단 한 명도 없다. 내 경우에는 머리가 떡이 지거나 손질하기 부담스러워 지면 머리를 하러 간다. 미용실은 언제나 머쓱해지는 장소다. "어떻게 해드릴까요?"라는 말에 "적당히 잘라주세요" 정도로밖에 대답하지 않는데, 그 대답을 들은 미용사의 표정은 약간 불편해 보인다. 자신들의 밥벌이인 머리를 깎는 일을 적당히라는 표현으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일까. 정확하지 않은 목적지에 당혹감을 표하는 택시기사의 심정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머리 깎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고 가기 싫어하지만 의외로 머리를 깎기 시작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 깎고 나면 산뜻한 기분이 된다. 몇 년 방콕에 놀러 가서 의자가 20개쯤 돼 보이는 제법 큰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깎은 적이 있다. 문 닫을 무렵에 손님은 나 하나뿐이었다. 미안한 마음에 샴푸는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머리가 마음에 들었다. 뒷머리를 치지 않고 길게 남겨둔 전형적인 동남아 스타일의 머리였고 나는 그게 한국에 돌아가서도 동남아 갔다 온 흔적으로 몸 어딘가에 남게 되는 것으로 여겼다. 나는 그 머리를 방콕 컷이라 부르며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교토 컷이라는 게 있을까? 교토에 가서 머리를 자르자. 숙소로 다시 돌아오는 길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고 슬슬 머리를 잘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해 보이는 헤어샵이 몇 개 보였지만 들어가기가 불쑥 겁이 났다. 한국에서도 나는 새로운 미용실 들어가기가 두렵다. 낯선 사람이 내 신체 일부분을 만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프랜차이즈로 보이는 미용실에 침을 꿀꺽 삼키고 들어갔다. 미용사는 열 명 넘어 보였고 손님도 많았다. 대부분 파마를 하는 아줌마다. 안내해준 대로 따라가 자리에 앉았다. 50대로 보이는 남자 미용사가 다가왔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교토 컷으로 해주세요 라고 말할까 하다가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이용해서 길이를 표현했다. 그리고 몇 차례 간 대화가 오가고 머리를 깍기 시작했다. 머리를 다 깎고 나니 상쾌한 기분이었지만 결과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언제 머리를 깍고 마음에 든적이 그렇게 많았을까 싶지만. 결론은 교토 컷에 실패했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