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차를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줄 알았다. 내가 찍은 레트로한 2호선 열차 사진을 본 소개팅녀의 황당한 표정을 보기 전까진. 내가 열차에 빠지게 된 건 홋카이도 도호쿠 여행 이후였다. 청춘18패스를 사용했는데 청춘 18패스는 방학동안 아주 싼 가격으로 재래선 열차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열차 티켓이다. 열차는 거의 모든 역에 정차했고 내가 모르는 곳으로 자꾸 나를 데리고 갔다. 중간중간 차창 사이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지나온 날들을 생각할 수 있는 아주 긴 시간. 열차만큼 무언가를 사유하기에 좋은 장소는 없는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 줄곧 일본의 열차를 생각했다.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열차의 종류 그리고 노선들. 기회가 되면 다시 일본 열차 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일본을 다시 가게 된 건 그로부터 5년 뒤인 2012년 나고야였다. 당시 아주 긴 감기로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공항에서 시내 들어가는 열차를 타면서 정말 신나는 기분을 느꼈다. 디지털카메라로 지나가는 풍경을 아주 길게 동영상으로 담았다. 이후에도 규슈에 관광열차를 타러 갔고, 하루 종일 열차를 바꿔탔다. 같이 간 동행은 뜨악해 했다.
열차 중에서도 신칸센, KTX 같은 고속 열차보다 동네를 느릿느릿 다니는 열차를 보면 신이 난다. 나가사키,구마모토,히로시마의 노면전차나 슬램덩크의 무대지로 유명한 가마쿠라의 에노덴을 보면서 왜 한국에는 노면전차가 없는 걸까 탄식을 했다.
교토에는 란덴이 있다. 아라시야마에 갔다가 다시 교토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란덴을 탔다. 란덴 아라시야마 역은 기모노 천 모양의 기둥으로 장식이 되어 있어서 아기자기한 느낌이 났다. 역에서 오미쿠지를 하나 뽑았다. 란덴을 타고 교토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역시 재미가 있었다. 노면전차는 동네 곳곳에 자주 정차했다. 평일 낮이라 주로 내리고 타는 사람은 나 같은 관광객이나 노인들뿐이다. 열심히 차창 밖의 풍경을 눈으로 좇으며 교토 시내를 바라본다. 역에 정차한다고 말하는 운전사의 목소리, 앞에 자동차에게 비키라고 울리는 경적, 덜컹덜컹 전차가 움직이는 소리,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노면전차의 소리가 재밌다. 우리 동네에도 작은 노면전차 하나 있으면 좋겠다. 출퇴근길이 즐거울 것 같다. 한...한달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