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黒湯 다이고쿠유

교토 대중 목욕탕 대흑탕

by 감운장

교토에 가면 매일 목욕탕에 갈 것이다. 호스텔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목욕탕을 찾는 일이었다. 여행의 원칙은 하나였다. 무리해서 여행하지 않기.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시간 숙소를 떠나 여행지를 천천히 둘러보고 해가 지기 전에 돌아와 뜨끈한 탕에 가서 몸을 담그자. "이 근처에 목욕탕이 있나요?" 숙소에서 건네준 지도에는 ♨가 표시되어 있다. 같은 방에 있던 수염을 기른 안경 낀 남자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목욕탕의 위치를 물어본다. 그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후쿠오카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러 교토에 왔다. 친절했고, 이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목욕탕은 동네 안쪽 굽이굽이 돌아간 후미진 곳에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한 무렵 길을 나섰다. 가모 강 위 다리를 건너 지저분해 보이는 중화요릿집을 지나 아주 작은 자전거 대여점을 지난다. 좀 많이 걸었는데 싶을 때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목욕탕이 있다. 20대의 나였다면 들어가기 몹시 주저했을 것이다. 뭐가 그렇게 새로운 곳에 가서 사람을 만나서 물어보는게 두려웠는지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 일이지만 수줍음이 너무 많아 인생의 많은 기회를 놓친 것 같다. 하지만 어쩌리 이미 지나간 세월이고 내성적인 성격은 고치려고 해서 고쳐지는 게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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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黒湯. 다이코쿠유라는 이름의 아주 오래돼 보이는 목욕탕이었다. 남탕과 여탕을 가로지르는 곳 입구에 카운터가 있었고 할머니가 손님에게 돈을 받고 있었다. 그러니까 할머니 기준으로 오른쪽으로는 여자들의 몸을, 왼쪽으로는 남자들의 발가벗은 몸을 볼 수 있었다. 첫날에는 몸을 돌려 옷을 벗었다. 마지막으로 갔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훌러덩 옷을 벗었다. 대부분 손님은 노인이었다. 오래되고 좁은 목욕탕이었고 평일 저녁에 여유롭게 몸을 씻을 수 있는 사람은 이젠 회사에 안 가거나 못 가는 노인들뿐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아주 느릿느릿 탕에 들어갔다 나온다. 기운 없는 노인들의 축 처진 살을 매일 같이 보며 나도 나중엔 저렇게 되겠지 생각하며 뜨거운 탕에서 몸을 불렸다.


몇 시에 문을 여나요? 휴일은 언젠가요? 물어봤고 할머니가 뭐라고 대답했겠지만 나는 지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매일매일의 늦은 오후에 나는 목욕탕을 가서 430엔을 내고 몸을 씻었고 늙고 처진 몸들을 바라봤다. 목욕을 끝내면 100엔을 내고 흰 우유를 먹었다. 병은 반납하라고 할머니가 말했다. 특별한 생각도 특별한 사건도 없이 따끈따끈해진 몸을 이끌고 어둑어둑한 교토의 골목을 걷는다. 자전거 대여점은 영업이 끝나 커튼을 내려 안이 보이지 않았고 배가 고팠지만, 중화요릿집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아까 그 좁은 다리를 마주치는 관광객들과 피하면서 걷다 보면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왜 여기에 있는가 싶었다. 지금은 몹시 그리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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