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아름답다는 서점을 가다
2010년에 영국의 가디언지에서 발표한 'The world’s 10 best bookshop 중 하나가 교토에 있다. 그것도 아주 한적한 주택가에. 교토시 북쪽의 신사들을 둘러보다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을 만났다. 책방의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고 소문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비슷한 종류의 서점이 이후 세상에 많이 나와서 일 것이다. 어두운 조명에 책이 진열돼있었고 CD, LP, 가방을 파는 잡화 코너가 있다.
CD 코너에 가서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다. 닭이 울기 시작했고, 모닥불에 불 지피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고요한 피아노 소리. 4000엔이 조금 넘는 가격의 CD 였다. CD와 게이분샤 한정판 노트, 종이 테이프를 손에 쥐고는 계산하러 갔는데 계산대를 지키는 직원이 안쓰럽다. 나이는 20대 초중반으로 대학생으로 보이는 직원 머리는 단발. 이 동네에, 아니 교토라는 곳에 살게 된다면 계속 오게 되었을 것 같다. 가게의 분위기와 인상은 결국 가게를 지키는 사람이 결정 짓는다. 나에게 게이분샤는 수줍고 안쓰러운 아르바이트생의 이미지다. 왜 이 공간에 계산대를 지키는 점원이 한 명인 걸까?
온라인 서점에서 8년 동안 일했다. 가끔 허망하다. 실감이 부족하다. 하룻밤 동안 어떤 책이 불티나게 팔렸다. 물류창고에는 수백 부의 책이 저 멀리 출판사에서 와서 입고되고 입고된 책들은 사람의 손을 거쳐 포장되어 고객의 집으로 배송된다. 하지만 사무실 컴퓨터 앞의 나는 숫자의 변동으로만 책에 대한 인상이 결정된다. 1000부가 입고되었고, 900부 출고되었다. 100부가 남아있다.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가 없다. 책을 보는 눈이 점점 잘 팔릴지 팔리지 않을지에만 집중된다. 순간의 인상만으로 책을 판단하고 있다. 놓치는 책들이 많다.
내가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 직원이라면? 내가 읽고 좋았던 책의 한 구절을 붙인 책을 눈에 띄게 진열한다. 그 책을 아주 귀여운 여대생이 보고 얼굴로 계산대로 오겠지? "그 책 정말 재밌어요. 혹시 제가 쓴 추천 문구 보고 구매하셨나요?" 하고 말을 건네고 싶겠지만 "12000원 입니다. 영수증 필요하세요?" 정도의 사무적인 말만 하고는 책을 건네준다. 몸은 더 고되고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아늑한 공간과 책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에서 책의 인상이 결정된다. 책의 실감을 얻으려면 거리의 서점으로 가세요. 되도록이면 아주 작은 서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