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달래주는 그건..
후시미이나리 신사가 있는 산은 도리이로 가득했다. 빨간색 도리이가 빽빽하게 산의 정상까지 이어졌다. 이럴 작정이 아니었는데 걷다 보니 점점 정상까지 올라가고 있다. 금방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길은 길었다. 우중충한 날씨와 도리이는 신비한 느낌을 자아냈다. 언제까지고 끝도 없이 도리이가 이어질 것 같다.
길을 잃었다. 여기가 어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비가 많이 내렸고 쌀쌀했다. 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보였다. 나는 길을 잃었고 딱히 정상까지 갈 생각이 애초에 없었으므로 고양이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고양이가 이끈 곳은 작은 신사였다. 문 닫은 상점의 평상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 사진을 요리조리 찍고는 나도 평상에 앉았더니 내 무릎 위로 폴싹 올라오는 게 아닌가. 근처 상점에서 밥을 주는 고양이인가보다.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없다. 오히려 인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한국의 고양이 사정은 다르다. 옛날 살던 집 근처에는 마당이 있는 2층짜리 집이 있었다. 할머니가 혼자 사는 집이었다. 할머니가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줬다. 어느샌가 집은 길고양이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출퇴근하면서 마당을 보면 고양이들은 평화롭게 잠을 자거나 즐겁게 놀고 있었다. 주먹만 한 고양이 새끼들도 보였다. 귀여운 고양이를 보는 건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어느 날 굴착기가 집을 부수고 있었다. 오피스텔을 짓는 모양이었다. 열 마리가 넘는 길고양이 무리는 동네를 방황하기 시작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한 고양이는 차에 치었는지 다리를 절어댔다. 다가가기만 해도 고양이들은 쏜살같이 도망쳤다.
후시미이나리 고양이의 삶은 어떤가. 이 드넓은 공간을 배회하며 상점에서 주는 사료를 먹고 가끔 이렇게 여행자와 놀면서 혼자서 유유자적 평온한 삶을 산다. 한 마디로 자기 마음대로 삶을 사는 것이다. 10분 정도 내 위에서 놀던 고양이를 떼어놓고 일어났는데 내 바지 위에 살짝 오줌을 지려놨다. 이게 영역 표시인 건가. 완전 제멋대로인 녀석이다. 오늘도 후시미이나리 신사의 어딘가에서 여행자들을 유혹하며 자기 것이라고 영역을 표시하고 있을까. 몹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