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언제나 노스탤지어에 빠지게 하지
교토대를 자전거를 타고 배회했다. 오래된 황토색 건물. 저곳에서 연구하면 저절로 뭔가가 이뤄질 거 같다. 유서 깊고 오래된 건물에서 나는 최첨단을 달리는 신축 건물보다는 오래된 건물에 마음이 끌린다. 그곳에서 머무르고 일하고 싶어진다. 푸른 녹음과 주차된 셀 수 없이 많은 자전거. 교내는 한산했다. 지저귀는 새 소리가 들리고 자전거들이 한두 대씩 왔다 갔다 한다.
나는 대학원에 가고 싶었다. 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꿈을 접고 회사원이 된 지 9년째. 학문을 목적으로 대학원을 가기엔 너무 늦은 나이다. 일본 여행을 할 때마다 여행지의 대학을 들어가 보는 데 갈 때마다 코끝이 약간 시큰해진다. 학교 건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나의 모습인 양 부러워진다. 역시 이름을 걸고 책임을 지며 연구를 하는 사람이 멋있다.
나무 밑에 앉아 캔 커피를 마신다. 대학원을 갔으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쯤 무엇이 되어 있을까. 막연하게 샘이 나오지 않는 우물을 필사적으로 불안한 미래와 바꿔가며 파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하루하루가 충실하다면 가난한 대학원생이 되어도 좋았을 거 같다는 번갈아 생각한다. 조직에서 매일같이 '이름 없는' 일을 하고 잘한 보답을 '돈'으로만 보상받을 때 나의 인생은 무엇인가 곱씹는다. 지금은 그런 생각은 되도록 저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있지만.
묻어둔 생각은 일본의 대학교 근처만 오면 다시 살아난다. 덮어 두고 체념하고 달래가며 살았던 날들이 걸음 내디딜 때마다 떠오른다. 설렘과 불안과 지금의 삶을 생각하면 드는 약간의 자괴감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현재의 삶과 비교해 과거와 그리고 가지 못한 길들을 미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삶과 일상을 남의 것인 양 내버려 두지 말고 필사적으로 아끼고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건 100% 내 것이고 돌아가지 못할 과거와 가지 못할 미래의 다른 길을 생각하는 나는 단순히 나약한 감상에 빠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