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본
여행을 가면 사진만 계속 찍었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무렵이다. 사진을 잘 찍으려고 노력했고, 사진을 통해 대단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DSLR, 35mm 단렌즈, 표준 줌렌즈, 망원렌즈를 샀다. DSLR이 지겨워질 무렵 귀여운 똑딱이 카메라를 샀다. 디지털카메라는 찍어도 찍어도 용량이 남아돌았고, 카메라의 배터리 보다 체력이 먼저 떨어졌다. 무엇보다 많이 찍다 보니 질렸다. 느긋한 마음으로 여행을 하지 못했다. 동행인이 있으면 존재가 거치적거렸다. 사진 찍는 것에 집착을 했던 시기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예전의 내가 어떻게 하면 독특한 시각으로 담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찍었다면, 지금의 나는 동행인을 찍거나 뭔가 끌리는 것이 있으면 한 두 컷 정도 찍는다. DSLR은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고, 작은 카메라를 들고 찍고 싶은 걸 무심코 한 두 방 정도 찍는다. 과도한 사진 찍기가 여행을 망치지 않도록. 느긋하게.
왠지 교토는 일회용 카메라로 찍어야 할 것 같다. BIC 카메라에 가서 일회용 카메라를 샀다. 카메라를 들고 교토 거리를 걷는 데 아주 홀가분하다. 교토의 해질녘 하늘, 가모 강을 걷는 기모노 차림의 여인과 남자친구, 상점가의 복잡한 전깃줄, 내가 다니던 목욕탕의 정경을 딸깍하고 눌러서 찍고는 드륵드륵 필름을 감는다.
한국에 돌아와 교토 여행의 기분을 잃어갈 무렵, 나는 필름을 사진현상소에 맡겼다. 내가 무엇을 찍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고, 과연 내가 찍은 사진이 잘 나왔을까 기대가 되었다. 사진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신나게 걸어갔다. 사진은 참혹했다. 노출이 맞지 않아 거멓게 나온 사진이 대부분. 실내에서 찍은 사진이 그랬고, 밤거리를 찍은 사진이 그랬다. 아차... 사진의 기본을 잊고 있었다. 일회용 카메라의 필름 감도 ISO는 200이었다. 밝은 곳에서 찍어야만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감도였다.
허탈했다. 내가 담백하게 담았던 거리는 다 어디로 간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