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외로운 여행
여행은 혼자 다니는 게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나의 첫 해외 여행지는 일본 도쿄였다. 당시에는 학교연수로 떠난 단체 여행이었다. 일본 도착하고 첫날 거닐었던 신주쿠의 거리 풍경과 그때의 기분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을 정도로 강렬하다.
2007년에는 일본에서 유학했다. 연말에는 어디라도 가자고 생각을 해서 홋카이도와 도호쿠를 돌아보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돈도 없는 상황이었고 가기가 정말 귀찮았다. 다행히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좌 수업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고 제법 쏠쏠하게 돈이 들어왔다. 그 돈을 가지고 여행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가게 된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잘한 일이다.
열흘간의 일정. 돈이 없어 유명 관광지에 들어갈 입장료가 없었다. 열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녔다. 끼니는 삼각김밥이나 마트 도시락 같은 걸로 때웠지만 영혼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무척 기뻐했다. 이것저것 노트에 끄적이며 힘들었던 유학 생활을 곱씹고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었던 여행. 여행 이후 2년 동안 풍경들을 생각하면 실시간으로 닭살이 돋았다. 여운이 길게 남았고 앞으로는 그와 똑같은 체험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고 아이슬란드를 홀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홀로, 이곳 교토도 홀로 왔다. 교토 이후에는 홍콩 여행도 가려고 했지만 취소했다. 단 한 가지 이유. 재미가 없다. 여행을 장기간 혼자 다니다 보면 누군가와 자꾸 이야기가 하고 싶어진다. 그 욕구를 홀로 여행할 때 해결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대자연 앞에서도 맛있는 음식 앞에서도 감정이 크게 요동치는 법이 없다. 일정을 마친 후 호텔 방에 콕 박혀서 외국의 알 수 없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내가 여기서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쓸쓸한 기분이 몰려온다. 이렇게 몇 번 혼자 여행을 다녀오고 세계 일주를 하겠다는 꿈이 점점 옅어져 간다. 여전히 떠나고 싶기는 한데... 외로움과 쓸쓸함을 감당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