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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Feb 18. 2024

작가 은유가 있어 다행인 밤

<해방의 밤>(창비, 2024)를 읽고


  작가 은유의 책은 사람을 떠난 적이 없다. 그는 특히 사회 약자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사회 구조적 문제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 부당 해고에 저항하는 노동자, 친족 성폭행 피해자 등등. <해방의 밤>(창비, 2024)에서 작가는 주변 사람들부터 얼굴조차 모르는 독자까지 그 시선을 넓힌다. 


책을 내고부터 생긴 인연, 읽는 사람 독자. 그들은 두툼한 손편지를 주거나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인생 상담이라 할 만한 큰 내용이 들어있기도 했다. 난 현자가 아니라서 현장에서 바로 답하지 못했고, 그곳을 떠나서도 외면할 수 없었다. 20쪽


  작가가 밝혔듯이 <해방의 밤>은 책을 통한 고민 상담소다. 진로 고민, 투병 등의 개인적인 고민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사회의 폭력 등의 사회적인 고민 등을 듣고(혹은 읽고)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책에서 얻은 작가의 통찰을 전해준다. 수신인이 그를 통해 위안, 용기 등을 얻었기를 바라면서.


 <해방의 밤>에는 읽는 사람을 생각한 작가의 따듯한 마음이 느껴진다. 사연자를 위해 고심해서 책을 한 권 한 권 고르고, 최대한 사연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 애쓴다. 사연자가 상처받지 않도록 섬세하게 언어를 선택하고, 혹여나 자신이 실수한 부분이 있는지 한 번 더 살펴본다.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책에 실려 있는 사례들과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따스한 손길을 내민다. 나 역시 읽으면서 작가가 공유해 준 경험들에 공감했다. 특히 '나의 불행을 타인에게 드러내도 될까?'와 관련된 작가의 경험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내 불행 혹은 내 고통, 괴로움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내 힘듦을 드러냈다가는 '야, 세상에 너보다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징징거려'라는 화살이 날아올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의 불행을 드러냄으로써 더 끈끈한 유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작가의 말에 좀 더 용기를 내기로 했다. 


 작가 은유의 밤은 해방이었다. 전쟁 같던 생활에서 벗어나 책을 벗삼고, 영화를 벗삼아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시에 사색과 성찰의 시간이었다. 책을 읽으며 지인, 1-2번의 만남,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떠올렸다. 그들의 고민을 외면하지 않고 본인이 느꼈던 해방감을 선사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 작가 은유의 밤이 있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얻었다. 누군가의 밤이 넓고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다니 놀랍다.


 요즘 나에게도 밤은 해방의 시간이다. 낮에는 생업과 공부를 하느라 바빠 늦은 밤에야 겨우 짬을 내어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 독서 모두 자는 시간을 쪼개 겨우겨우 하고 있기에 밤은 하루 중 가장 귀한 시간이다. 지금의 나의 경험도 언젠가는 <해방의 밤>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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