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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Apr 13. 2024

뚜벅이들의 효자템 : 현지 투어

할 수 있다, 엄마와 함께 말레이시아 여행 Day 3, 4

 렌터카 여행이 아닌 이상, 자유여행으로 해외를 가면 여행에 제약이 생긴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교통이 불편하다면 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더더 가기 어렵다. 이럴 때, 나는 현지 한인 투어를 이용한다.


 현지 한인 투어는 가격이 합리적이고 다른 패키지 투어와 다르게 쇼핑이나 팁이 없어 부담이 덜하다. 또, 하루 또는 이틀 일정으로 신청할 수 있어 내 일정에 맞출 수 있다. 다만, 단체 여행인 만큼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엄마와 함께 먼 곳을 편하게 갈 수 있기에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현지 한인 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첫날은 푸트라자야-몽키힐-반딧불이/블루티어스의 일정이었다. 친구들이 꼭 가보라고 했던 '핑크 모스크'(정식 명칭은 '푸트라 모스크'다)가 있는 푸트라자야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푸트라자야는 행정 도시로 우리나라로 치면 세종특별자치시 같은 곳이다. 행정기관들이 모여 있고 푸트라자야를 대표하는 모스크가 있다. 핑크 모스크가 눈에 띄긴 했지만, 푸트라자야 자체는 현대적인 신도시였기에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그 뒤에 이어진 두 군데의 장소들도 마찬가지였다. 스리샥티 사원은 화려하긴 했으나, 규모가 작고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고, 엄마와 나는 원숭이들을 무서워해서 몽키힐에서는 차창 관광을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스리샥티 사원(좌)와 몽키힐(우)


투어 업체에서 제공해준 석식. 중국식이었는데 모두 맛있었다.

 하지만 이날의 일정, 아니 쿠알라룸푸르 일정을 통틀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그다음이었다. 반딧불이와 블루 티어스를 본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반딧불이는 맹그로브 나무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트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날이 어두워지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나무들 사이에서 작은 전구들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반딧불이들이었다. 반딧불이들이 보이니 저마다 떠들어대던 사람들이 한순간 조용해졌다.

'크리스마스트리'라는 별명을 가진 말레이시아의 반딧불이

 신기한 경험은 계속 이어졌다. 배를 타고 조금 더 나가자 강폭이 넓어지며 바다와 강이 만났다. 보트의 시동을 끄고 뜰채를 집어넣자 물속에서 파란빛이 보였다. 해양 미생물인 '블루 티어스'였다. 보트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파란 길이 만들어졌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영롱한 파란빛이었다. 블루 티어스를 보고 있자니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블루 티어스(Blue Tears)

 반딧불이와 블루 티어스는 이번 말레이시아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모두가 고요하게 반딧불이를 바라보던 그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반딧불이와 블루 티어스가 얼마나 강렬했던지, 엄마는 여행에 다녀오고 나서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그 이야기를 했다. 아름답고 신기했으며 말레이시아에 가게 되면 꼭 한 번 체험해 보라고 말이다.


 반딧불이와 블루 티어스를 보는 곳은 개인적으로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대중교통만 이용해야 했다면 가볼 엄두도 안 났을 것이다. 하지만 현지 투어 덕분에 엄마와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고, 또 다른 오랫동안 이야기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인들의 여행 범위가 넓어지면서 관광지 곳곳에 현지 투어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다.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유럽의 여러 나라 등에서 많은 현지 투어 업체를 찾을 수 있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간다면, 혹은 가보고 싶은데 교통이 불편해서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현지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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